보통 사람들의 전쟁 –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동화로 인한 대다수 노동자들의 몰락을 경고하며,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기본 소득제’와 같이 노동에서 배제된 다수를 위한 새로운 사회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책을 읽는 우리는 아직 실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저자가 말하는 사회가 가까운 미래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우려하는 바는 이 시스템은 그저 국가 단위에서만 실현 가능한 것이며, 국가 간의 인공지능 격차는 더욱 심각한 착취 문제를 이끌 수 있을것이라는 점이다.
이 장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전쟁’의 ‘보통 사람’을 정의한다.
전체 미국인 중 하위 50%는 초대졸 이하의 학력이며, 비상시에 가용할 수 있는 예금계좌액이 500달러가 되지 않는다.
재산 비중의 대부분은 주택이며, 그 다음을 자동차가 차지한다. 이를 제외한 자산은 6000달러 가량 수준에 머문다.
물가를 감안했을 때, 실직 이후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년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반복 가능한 작업에 종사하는 모든 직군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한다.
경리, 회계사, 상담원, 각종 행정직, 애널리스트, 판매원, 운전자 등등의 거의 모든 직업이 사정거리에 들어있다.
얼마전 벌어졌던 AI변호사와 인간변호사의 대결, AI의사와 인간 의사의 대결에서 AI의 승리는 이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강력한 로비가 가능한 집단은 그나마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양극화로 인해 대다수가 휩쓸려가고 말 것이다.
저자는 운송업에서 그 여파가 크고 빠르게 올 것이라 진단한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자율주행차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내에서는 시행 직전 단계에 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운전자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운전자를 탑승하는 형태로 시작하지만, 점점 노동자의 임금 및 시장 경쟁력이 축소되어 인력을 감축하고 도태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 저자는 믿는다.
이런 경향 때문인지 요즘 직장인들 중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컴퓨터공학과의 입결 커트라인이 의대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프로그래밍 작업 또한 반복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시중의 코딩교육 기관은 가장 돈이 되는 ‘초급’ 이상의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며, 이는 자연히 저급 인력의 시장 공급 과포화를 야기한다. 결과적으로 형편없는 임금을 받는 저급 잉여 인력만 시장에 넘쳐흐르게 된다. 승자는 불안을 위해 장사하는 재취업 기관이나 교육기관이다. 저자 또한 미국내에서의 재취업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hello world.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한국인이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가 보여주는 미국은 한국과 너무도 닮아있다. 계층의 분리와 경쟁의 심화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일부 도시에 인재들이 쏠려, 나머지 도시들에 인재가 없다는 점. 지금 세대는 시험 경쟁에서 승리한 후에도, 남은 일생동안 무한 경쟁을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점. 양극화는 결국 계층의 완전한 분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 그 다음 세대는 애초에 자신들이 분리된지도 모른채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다른 문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점들이 그렇다. 대도시가 여럿이냐, 아니면 서울 하나 뿐이냐를 제외하면 크게 다른 점이 없어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재벌을 비판할 때,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많은 미국의 사례를 들지만 저자는 다른 견해를 보여준다. 대다수의 성공한 창업가는 초기비용을 스스로 조달했다는 것이다. 성공의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도 아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내가 만약 아픈 부모님을 부양해야하는 상황이거나, 학자금을 낼 형편이 아니라고 생각해보자. 아르바이트는 필수적인 것이되며, 항상 재정문제를 고민해야한다. 어떤 행사에 참여하거나, 사람을 만난다든지 모든 활동에서 나는 최우선의 ‘돈’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부유한 이들은 이런 모든 문제에서 자유롭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공부 외에 고민할 것이 하나도 없다, 반면 누군가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1년을 일해서 번 돈을 최소한으로 아껴가면서 다음해 시험을 준비한다. 고민 자체가 두뇌의 자원을 소진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격차다. 이외에도 더 많은 격차가 존재한다. 부모의 재산을 포함해서 성장과정에서 얻은 ‘경험’, ‘사고방식’들은 가난한 이들과의 인격적인 차이를 질적으로 구별되게 만든다. 또 하나는 부모가 물려준 ‘인맥’으로 이것을 후천적 노력으로 얻기란 대단히 힘든 것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지역의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제조업이 몰락한 ‘디트로이트’나 ‘클리브랜드’같은 곳을 예시 보인다. 대기업의 철수나 몰락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명백하다. 특히 제조업은 IT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비교할 수조차 없다. 우리나라의 예시로는 대우조선의 몰락과 GM의 철수가 군산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들 수 있겠다.
제조업은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과, 하청 업체의 직원들, 그들을 주 손님으로 맞이하는 소상공인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한국이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몰락이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자치제는 중앙정부가 자율성을 핑계로 지방을 버릴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소방이야 국가직으로 전환이 된다지만, 지방직으로 바뀌는 자치경찰제도에서 지방재정이 곤란을 겪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쓰게 된다.
누구도 치안이 불안하고, 돈 벌기도 쉽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빠져나갈 사람만이 빠져나가고,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중앙정부의 산소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지탱중인 도시에서 생활할 것이다.
이 장에서 다루는 것들은 대다수의 직장을 잃은 이들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것들이다. 최소한의 소득, 주거, 의료와 같은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좋은 나라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말하는 중이다. 이 제도는 국가 재정 상태에서 심하게 의존하며, 국가 재정의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에 경제 위기에서 국가를 한 번에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것은 국가의 위기가 발생할 확률과 개인의 영구적 실업 중 어떤 것이 높은 확률일 것인지이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하나는 ‘장기적인 미래’의 모습이다. 위와 같은 환경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에도 위 제도는 지탱할 수 있는가. 결국 어느 순간 우리는 인구를 제한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이 문제에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 누군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인재라는 이유로 출산을 허가받고,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못해야할까. 그렇지 않으면 추첨제도의 형식으로 결정해야할까.
저자는 1200달러 정도의 월 기본소득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충분히 가능한 발상이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간접 복지 비용을 과감히 삭제한다면, 증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고려해야할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벌금 1000만원 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 벌금을 기본소득을 몰수하는 방식으로 집행할 것인지. 사실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암시장을 통해 그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항상 공무원들의 책상 밖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이 제도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성악설에 근본을 두고 생각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Books – 보통 사람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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