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간 검색어에 저자가 등장하면서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18년에 출간되었고 나름 유명해져서 동명의 드라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책이다. 최근 사직서를 제출하며 남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글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되었고 나도 그 뉴스를 보고 이 책에 대해 궁금함을 품게 되었다.
‘판사유감’도 그렇고 ‘만약은없다’도 그렇고 참 세상에 맛깔나게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직업 특성이라 그런지 소재들도 많고 하루하루 큰 변화없는 내 일상은 그에 비해 너무 밋밋하다.
책의 구성은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 ‘개인의 이야기’, ‘법 제도에 대한 의견’으로 큼직하게 세 부분을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건 아마도 형사부에 근무할 때 담당했던 사건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수사를 하기도 한참 전에 퇴직해서 아는 것이 없지만, 동기들에게 귀동냥으로 이것저것 가끔 듣는다. 우리가 14년도 임용이니 16년도 5월에 기동대를 마치고 17년도 초순에 경제팀에 간 동기들은 모두 수사관 경력이 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대한민국에는 사기꾼이 너무너무 많다’는 말이다. 이 책 또한 그 말을 함으로써 그 말에 한층 신빙성을 높여준다.
‘사기’는 말 그대로 수지맞는 장사기 때문에 사기만 잘쳐도 돈 벌기가 정말 쉽다. 피해자는 그 돈 때문에 자살하고, 가정이 박살이 나는데 정작 가해자는 감옥에 가지도 않거나 재산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고 잘만 떵떵거리며 산다.
사기꾼과 살인범의 차이가 있다면 사기꾼은 피해자를 자살하게 만들고, 살인범은 직접 죽인다는 점. 어찌보면 사기꾼이 더 나쁜놈 같다. 특히나 없는 사람들이 사기꾼의 표적이 되는 걸 보면 저렇게 없는 사람의 마지막 하나까지 어떻게 눈깜짝도 하지 않고 가져갈 생각을 하나. 과연 인간이 맞나 싶다. 나는 그래서 성악설을 믿으며 일부의 돌연변이만 비정상적으로 착하다고 믿는다.
저자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사기를 당할리 없지만, ‘욕망’이 절실한 사람은 그 욕망에 흔들려 사기를 당하고 만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 욕망에 눈이 멀어서 사기꾼을 ‘감사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언젠가 본 영화같은 순간에 자신이 서 있다고 생각하겠지. 부동산 사기는 그런 욕망이 없어도 당하기 쉽다. 온갖 종류의 사기가 넘쳐난다.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절대로 안된다. 나에게 이득을 주는 모든 인간을 다 의심하는게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
시작이 너무 무거웠는지 중간부분은 그나마 내용이 좀 가볍다. 유년시절부터 초임 검사 시절의 이야기들을 다루는데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자기 주관과 생각이 참 뚜렷하다는 생각이들었다. 무엇보다 아름답기만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점이 괜찮다고 느껴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법률 시장, 인공지능, 회복적 사법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두루뭉실하지 않고 의견이 뚜렷해서 괜찮았다.
Books – 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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