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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이국종

골든아워

이분도 최근에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겸해서 책을 구매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아덴만여명작전’에서 심각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것으로 유명해진 이국종 교수의 에세이로 2002년에서 2013년 동안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한 기록을 담고 있다.

책의 서두에서 이국종 교수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언급하며, 이 책을 매우 좋아하고 자신의 문장도 일부 여기에서 빌려온 것이 있다고 한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1인칭 소설인데,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국종 교수 자신이 느끼는 막막함이 이 처지에 빗댄것처럼 기술된 곳이 매우 많이 등장한다.

이국종 교수는 의대 재학 중에 군에 입대해서 해군에서 일반병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의대생들은 졸업 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것에 비해 좀 특이하다. 이 때의 경험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에세이에서 해병, 해군에 대해 이국종 교수가 느끼는 감정이 매우 끈끈하게 묘사되어있다. 그에 비해 자신이 속한 아주대병원은 다소 부정적이고 막막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외상센터는 의료 수가가 낮게 측정된 것 때문에,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한다. 최근에 듣기로는 정부가 아주대의 적자를 보전해줬다는데, 아주대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건 2013년이니 이 책에서 기술한 시기에는 지원이 없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채 소수의 인력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붙잡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이순신이 놓인 상황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아마 이국종 교수가 ‘칼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소설에 기술된 이순신의 고독한 상황이 거울과 같이 느껴져서 일수도 있겠다.

의료수가

이 문제의 바닥에는 낮은 ‘의료수가’가 자리하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서 병원은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높게 잡아 적자를 메꾼다. ‘의료수가’의 구성에 대해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그 액수가 원가 이하라면 진료할수록 적자인건 확실하겠다.

이 문제를 고치는 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료수가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야기할 것인데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 손댈리가 없다. 의료수가가 정상화되면 더 이상 스쳐지나가듯이 환자를 돌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의 말을 국민이 믿을리가 없다. 의대란 돈 많이 벌려고 가는 곳이고, 그러니 의사는 이미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의료수가가 의사가 버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틀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현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의사의 삶

통상적으로 집에 못들어가고 회사에서 밤을 새는 날이 적어야하지만 이 책의 의사들은 반대의 삶을 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의 목숨이 자기에게 달린 순간을 맞이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호출이 오면 언제든지 뛰어가야한다. 환자가 멀리 있다면 헬기를 타고 간다. 민원을 듣고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욕한다.

이런 조건에서 받는 연봉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매우매우 박한 수준이라 놀랐다. 근무시간과 강도를 생각하면 전문직의 수입이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사명감인지 모를 무언가로 버티고 있는 이 사람들이 사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되겠구나 생각이든다. 무서운 일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우리나라에 의료사각이 너무나도 많고, 내가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길바닥에서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이렇게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단순히 이걸로 한국은 후진국이고 병원은 쓰레기며 정치인은 무능하다고 욕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안전한 곳은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최근에 불거진 병원장의 폭언 사건에는 어떤 진상이 있으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사람을 갈아넣어 버티는 시스템은 결국 그 사람이 무너지면 함께 무너진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받들면서 그의 희생에는 안타까워하지만 그저 안타까워할뿐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Books – 골든아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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