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다. 우연히 점심 식사에서 만난 분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 책을 추천받았고, 며칠 후에 그 분으로부터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일이 밀려 책을 미루고 있다가, 얼마전 읽기 시작한 책이다.
작가인 테드 창은 들어 본 적은 없지만, SF 소설에서 킹갓으로 여겨질만큼 대단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그의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SF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읽어보면 왜 킹갓인지 알게된다.
이 작가의 단편들에는 항상 중심이 되는 어떤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바빌론의 탑에서는 ‘하늘에는 딱딱한 천장이 존재하며, 그 끝은 지구의 바닥과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이 존재하고, 일흔 두 글자에서는 ‘모든 객체와 그 객체에게 어떤 특성을 부여하는 이름이 암호와 같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존재한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의 설정을 가진다.
소설을 읽다보면 상상력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 나는 소설 속의 묘사에 대해 최대한 떠올려보기로 했는데, 바빌론의 탑과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노력을 기울였다. 머릿속에 박혀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텍스트로 상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바빌론의 탑은 묘사에 따르면 넓고 큼직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계속 좁고 길게만 그려졌다. 네 인생의 이야기의 햅타포드는 포탈의 드론으로 그려지고, 그들의 문자란 어렴풋이 그리면서도 그릴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고 글로 묘사하는 능력은 가히 놀라운 일이다.
SF 소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읽어서인지는 몰라도, 과학 이론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꼭 과학 이론만이 아니더라도 언어학이나 사회학에 대한 내용들도 등장한다.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다뤄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련 지식이 없는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지도 않으며 그럴 듯하게 읽힌다.
이 소설들의 특징은 소설 속의 세계관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만큼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점이다. 세계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외하면 저자는 현실의 세계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소설은 현존하는 사회 갈등을 다루는데 있어서 정말 자연스럽다.
어떤 아이디어는 그렇게 현실과 떨어져 있지도 않다. 일흔 두글자에 등장하는 이름은 열역학 부분만 제외하면 인공지능과 인간복제로 치환할 수 있다. 이 둘은 거의 현실에 놓여있는 것들이며, 소설과 같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는 정말 가까운 미래처럼 보인다. 저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을 지적하며, 기술로서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할 수단을 소설 속에 던져놓는다. 다큐멘터리라는 설정에 맞게 등장 인물들은 정말 현실과 같은 반응들을 보여주며 그 과정과 결말 또한 현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쪽을 향한다.
저자는 신앙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내놓는다. 신에 대한 기존의 통념. 신은 정의로울 것이며, 어떠한 뜻이 있다는 등등의 모든 통념은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 부정된다. 신에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이라는 것은 그 말 그대로 이런 통념이나 자신의 이해와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시각에서 소설에서 저자는 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저마다 동일한 복제된 세계에서, 조금씩의 환경을 변화시켜놓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관찰자와 같다. 이 모든 소설에서 그런 특별한 조건들이 주어지는 이유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진짜 인간세상을 관찰하는 것만큼 묘사가 사실적인 것도 이런 감상을 느끼는데 도움을 주는 듯하다.
Books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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