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사피 바칼

룬샷

룬샷(Loon Shot)은 약간은 미쳐보이지만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룬샷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실현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주창자는 높은 확률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책에 실린 룬샷의 사례들을 보면 룬샷이 끝내 빛을 보는 경우에도 주창자가 가져가는 이득은 거의 없다. 룬샷이 아이디어에서 성공으로 도달하기까지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주창자는 이미 손을 털고 빠져나거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경우가 빈번하다.

룬샷의 성공에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룬샷은 사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른 이름으로 표현한 것 뿐이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모티브가 되었든, 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초기 단계에서 수많은 결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주창된 시절로부터 아이디어는 죽음과 소생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그 결점과 한계들은 조금씩 새로운 발견이나 진보에 의해 극복되어 나간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열풍도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딥러닝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인공신경망 개념은 20세기에 등장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컴퓨팅 파워나 스토리지, 인터넷 등등의 모든 기술들이 너무 열악해서 현실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도 없었고, 대량의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개인 노트북만으로도 얼굴 인식 네트워크를 학습시킬 수 있고, 수많은 학습용 데이터가 인터넷에 공개되어있다. 이미 학습된 네트워크를 다운 받아 바로 내 프로젝트에 적용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룬샷은 처음 그것을 고안한 사람의 손에만 있기에는 그 배양 기간이 너무나도 긴 것이다.

직장인을 위한 책

이 책이 직장인에게 시사하는 바는 거의 없다고 본다. 스타트 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조직의 평범한 일원인 직장인에게 ‘상전이’와 같은 개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책은 ‘승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커리어 관리 방법이라는 것을 강화해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이 전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조직 내부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시그널을 알려준다. 회사의 모든 방향이 여전히 전통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든지, 조직 구성원들이 프로젝트에 비해 얼마나 승진에 더 관심을 가지는지. 이런 류의 시그널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조직의 미래를 흔들고 있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회사가 망한다는 것이 회사원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말한 시그널을 파악했을 때 가장 좋은 전략은 ‘고점에서 손 털고 나가기’다. 책의 사례는 ‘룬샷’을 성공시킨 기업들이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프렌차이즈’에 매몰되어 결국 몰락하는 시나리오를 다룬다. ‘룬샷’과 ‘프렌차이즈’ 사이에는 그 기업의 ‘고점’이라 해당되는 곳이 있다.

만약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면 그는 항상 그 시점에 이직을 시도할 것이고, 그 때마다 자신의 몸값을 계속해서 부풀려나갈 것이다.

CEO를 위한 책

이 책을 CEO의 입장에서도 ‘룬샷’이 그렇게 매력적인 요소는 아닐 수 있다. CEO의 임기에 비해 룬샷의 성공에 필요한 시간은 훨씬 길다. 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은 공격적이고 폭발적인 투자 뿐인데, 그러기 위해서 CEO는 이사회와 맞서 싸워야만한다. 이 성공이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위해서.

만약 성공한다면 그는 전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에 이사회의 허가를 얻어 투자를 했는데 실패한 경우에 그의 커리어는 복구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CEO의 입장에서는 씨앗과 같은 상태의 룬샷보다 그래도 싹이 트고 열매가 좀 보이는 것을 찾아보는게 훨씬 나을 수 있다.

이 방식이 대기업의 스타트 업 인수와 같으며 많은 경우에 성공적이다. 구글도 많은 기업들을 인수해서 비용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이드’와 ‘유튜브’.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은 CEO는 조직 내의 룬샷보다는 익기 직전의 룬샷을 사들인 다음 전문적인 프렌차이즈화를 통해 이익을 높이려는 전략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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