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소설이다. 이기호 작가의 ‘한정희와 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외에 8명의 작가의 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다른 문학상 작품집은 E-book으로 나오지 않는데, 이 작품집은 E-book으로 판매하고 있다. 18회 문학상이 없는지, 17회가 가장 마지막 문학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나름 복잡하지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내와 결혼한 작가의 삶에, ‘정희’라는 아이가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정희’에 대해 작가는 최대한 신경써서 환대를 베풀려고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인 ‘정희’의 뻔뻔한 태도에 무너지고 만다.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행동은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어떤 인물도 돌발적인 행동을 하진 않는다. 소설의 끝도 나를 놀라게 하는 부분없이, 빠르게 찾아온다.
역시 작가가 화자인 소설이다. 어느날 작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곧 그의 이름은 ‘권순찬’이며, 그가 이 곳에 나타난 이유를 알게된다. 그의 어머니가 쓴 사채빚 칠백만원을 사채업자에게 갚았는데, 그의 어머니는 그 사실을 모르고 본인도 사채업자에게 칠백만원을 갚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 이후로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그는 사채업자를 만나기 위해서 매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착한 동네사람들은 여러 호의를 베푼다. 일자리를 주선해주기도 하고, 숙소를 제공하기도 하며, 모금운동을 하기도 한다. 502호에 살고 있는 것은 불쌍한 할머니 뿐이며, 이미 오래전에 사채업자 아들과는 연락이 끊겼다고 말해준다. 모든 이들은 남자가 필요한 것은 돈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남자는 사채업자를 만나는 것이 진정 목적인 모양이다. 남자가 성금을 거절한 후의 이웃들의 태도는 완전한 적의로 변한다. 그가 그들에게 끼친 해가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결국 그들의 선의가 거절 당했다는 사실이 적의의 원인이된다.
남자의 최후는 비참하다. 천막이 철거당하고, 일거리를 잃고 결국엔 노숙자쉼터로 강제 이송된다.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부터 적의를 느끼기 시작했을까. 자신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시나리오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부지런하지만 가난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 가난한 사람이 꿈꿀 수 있는 미래가, 현실의 행복이 얼마나 궁색한 것인지. 조그마한 시련에도 얼마나 크게 일상이 요동칠 수 있는지. 여유로운 이들은 교양을 위해 읽은 소설에서 이들의 세계를 판타지처럼 접하고 소비하고 글을 쓴다.
돌아보면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이들이지만, 굳이 돌아보지 않을 뿐이다. 마치 배경처럼. 신경쓰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분리되어 있어 소설이 아니라면 그들의 일상을 상상할 수도 느낄 수 없다.
마치 연극과 같았다. 극은 평화로운 어둠속에서 시작된다. 이 곳이 어디인지,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요리를 준비한다. 요리를 준비하며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에서 조금씩 배경은 뚜렷해진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로 왔는지.
배경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극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한다. 인종 차별주의자에서 시작해서 교회, 여자아이, 누군지 모를 남자 외국인. 마지막으로 밝혀지는 내용과 함께 극의 갈등은 마치 활활타는 불과 같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내용과 관계없이 읽는 이의 몰입도가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점차 커진다는 점에서 정말 연극같은 소설이다.
미드 실리콘벨리의 어느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로봇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이런 시대가 올 수밖에 없겠지만, 너무 찌질하다.
Books – 한정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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