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징검다리 휴일을 만들어 고향에 내려왔다. 프리미엄 버스는 항상 옳지만 시간대는 참 아쉽다. 현재로선 프리미엄 버스 노선은 밤 늦게 출발하는 한 대가 전부다. 도착하면 완전 새벽이라 바로 잠에 들어도 다음 날 늦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편함을 한 번 느껴버리니,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작년까지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환기되는 정서가 다르다. 나는 애국심이 없다시피 하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에게 큰 감사함을 느낀다.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면서, 가능성도 희박한 싸움에 인생의 전부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충분한 존경을 받을 자격이있다. 정말 존경스러운 점은 자신의 국가가 리더의 무능으로 타국의 지배를 받는 막장같은 상황에서도 놓지않은 애국심이다.
물론 후손들의 삶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분들처럼 희생할 마음이 하나도 없다. 독립 운동가를 포함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이들의 삶은 하나같이 비참했다. 나는 이들이 존경스럽지만, 이들처럼 되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 이분들의 삶이 희생을 강요하는 홍보물이 되는 것도 싫다. 그나마 기억에 남은 이들은 행운이며, 기억되지도 못한 나머지는 최소한의 명예조차 얻지 못한다. 언젠가 내가 요행으로라도 큰 부를 쌓게 된다면, 비밀스레 그들 후손들의 삶을 돕고 싶다. 국가는 보상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들을 비하하거나, 웃음의 소재로 삼는 이들을 볼 때마다 혐오스러움을 느낀다. 인권과 공감이라는 말은 점점 더 널리쓰이는데, 실제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점점 더 떨어져가는 것 같다. 그들에 대한 혐오는 희생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켜, 결국 집단을 와해시키는 원흉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2019. 8. 15. diary (한글)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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