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기 형들과 점심을 먹었다. 내가 2014년에 입학했으니 벌써 5년 전 일이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를까. 돌아보면 열심히 살 걸 후회되는 시간이다. 나는 완전히 방탕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다지 열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쓸데없는 일을 모두 쳐내고, 하나에 집중했다면 지금 좀 더 좋은 모습이었을텐데.
이제는 다들 같은 분야의 각기 다른 영역으로 나아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학원 입학 후 전공이 적성에 너무 맞지 않아서 나는 이른 시기에 연구실 생활을 그만두었다. 연구실을 나와서 크게 뭔가 거둔 것도 없다. 그 때는 그 반복되는 일들이 너무 하기 싫었을 뿐이다.
사실 석사 학위는 어떤 의미도 없다. 그래도 어차피 2년을 공부해야하는 김에 진득하니 참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든다. 아니다. 역시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도 교수님께는 감사한 점이 많다. 연구실을 나가기 전에 상담드렸던 계획중에서, 나는 과정은 다 빼먹고 딱 결과만을 이뤄냈다.
그 이후로 연락을 드리지 않은 것은 무례한 일이라 이제와서 죄송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저 교수님 기억에서 사라지는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된다. 이미 트렌드에도 한참 뒤쳐지고, 아는 것도 없어서 논문을 쓰려고 해도 크게 고생할게 뻔하다. 승진 후에나 여유를 갖고 할 문제가 아닐까.
주변인들을 통해서 간간히 들려오는 대학원 소식을 들으면, 예전보다도 더 크게 발전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오랜 세월을 일궈내면, 힘든일이라도 정말 이룰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낀다.
2019. 8. 20. diary (한글) 대학원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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