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9일 월요일 – (런치 닌자)

런치 닌자

회사 생활에서 다른 팀 사람과 어울릴 기회는 잘 없다. 엔지니어들은 그나마 자리가 가까우니 오가면서 얼굴을 익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도통 마주칠 기회가 없다. 컬처 클럽 활동을 제외한다면, 다른 팀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갖기 쉽지 않다.

회사에는 희망자에 한해서 점심 상대를 랜덤으로 매칭시켜주는 서비스가 있다. 나는 여기에서 다른 팀의 프로젝트나, 회사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곤한다. 회사가 크고 서비스가 너무 많아서인지 내가 무신경해서인지 우리 팀 밖의 이야기에 나는 매우 어두운 편이다.

예전에는 쇼핑 관련 팀에 계신 분을 만나, 구글에서 ‘로봇 청소기’를 검색하면 상품 정보가 나온다는 걸 알게됐다. 구글 검색은 새로운 Feature들이 나오더라도 알기가 참 쉽지 않다. 나도 그 분에게 직접 듣기 전까진 어떤 상품을 구글에 검색할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Google Arts and Culture

이번 점심에서는 ‘Arts and Culture’팀에 계신 분을 만났다. 예전에 내부 메일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이 서비스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서비스라서 나중에 교양을 위해 꼭 방문해야지 했었던 곳이다. 물론 교양이 없는 나는 재방문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정말 놀랐던 건, ‘Museum Explorer’로 박물관을 가상으로 방문하는 서비스다. 구글 스트리트 뷰의 방식으로 박물관 내부를 360도 촬영했는데, 핸드폰을 회전시키면 그 방향으로 시야도 같이 움직인다. 벽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작품을 클로즈업 할 수도 있어서 정말 박물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떤 사람에겐 그 박물관을 직접 가보게되는 Entry Point가 되고,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을 준다.

이런 방식이 예술이나 역사 교육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더 놀랍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받았던 역사나 예술의 교육방식은 사진이나 비디오, 좋다 싶으면 PPT 정도였다. 이렇게 배우는 과목은 사실 감흥도 없고, 암기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있다면 훨씬 더 생생하고 능동적인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시는 선생님들도 많으시다니 참 희망적인 이야기다. 상업적이진 않지만 이런 가치있는 서비스들이 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저녁엔 첫 출근한 친구의 취업 축하 모임을 가졌다. 사실 셋 뿐이라서 모임이라고 하기엔 조촐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건물에서 같은 직장을 다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참 잘 된 일이다. 앞으로도 행복한 일만 있으면 좋겠다.


2019. 8. 19. diary (한글) 런치 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