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향으로 가는 프리미엄 버스 노선이 생겼다.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 번 밖엔 없지만 생긴게 어딘가. 우등버스는 좌석을 풀로 젖힐 수 없었지만, 프리미엄 버스는 완전히 누워 갈 수 있다. 더 이상 뒷 자리가 비었는지 살피면서 조심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장거리 버스는 정말 고역이다. 차라리 직접 운전하는게 더 맘이 편하고 덜 피곤하다. 가격이야 일반우등보다 좀 비싼 편이지만 KTX 요금에 비하면 싼 편이다.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답답하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인재’, ‘지식’, ‘기술’이 전부다. 하지만 이공계 최상위 대다수는 의대, 일부는 해외로 떠나가고 있다. 최근들어 컴퓨터 공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희생을 밟고 성장해왔다. 국가가 발전하며 산업은 진화해왔지만, 그 단계에서 항상 충성을 바친 개인의 희생이 존재했다. 사실 착취라고 불러야한다.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애국심의 호소력이 옅어진 지금 이전과 같은 인재들의 희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배들의 역사를 바라볼 때, 같은 길을 걸어갈 것 후배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회의 부정적인 정서나 국민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를 나는 최근의 파시즘적인 경향에서 발견한다. 자신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굳이 타인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이 불만족으로 가득하고, 화를 풀 곳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남의 삶을 평가절하하고, 자신을 비롯한 누구도 지키기 어려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극단적인 심판을 내린다. 자신의 삶에 희망과 길이 있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허망하게 낭비할 이유가 없다. 이들의 행동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환멸을 느끼게 해 계층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그래도 이들은 정말 착한 편이다. 이들의 행동은 결국 온라인에 국한된 것 뿐이다. 다른 나라처럼 집단적인 폭력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선진적인 시민인가.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도 정말 미개한 쓰레기야 있겠지만, 집단적으로보면 수준이 떨어지는 민족은 아니다. 문제는 대중을 조종하는 정치인들과 언론이다. 매일 자극적인 기사로 국민을 하루종일 분노하게 만드는 언론과, 어떤 희망도 심어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진정한 가해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이득을 챙긴다. 나의 희생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결국 이런 기득권이라면, 그 희생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점차 가진다면, 정치 무관심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나는 지금의 상황이나 추세가 우리나라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인 중에서 누구도 청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생각은 아직도 70년대 자신들의 경험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안고 있는 폭탄들은 적어도 10년 내에는 터질 문제들이다.
2019. 8. 1. diary (한글) 프리미엄 버스,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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