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정말 수영가기 싫은 날이다. 월요일을 가져갈게 많다. 수영가방, 오리발, 가방, 우산. 오르막이라 신발이 비에 젖기에도 딱 좋다. 심지어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5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세면도구를 챙겨 수영장으로 향했다.
비오는 날의 컨디션은 확실히 나쁘다. 오리발을 쓰는 날인데도 많이 힘들다. 인원이 5명으로 적은 탓도 있다. 여름엔 10명이 넘어서 이게 운동인가 싶었는데, 날이 추워지니 점점 인원이 줄어든다. 수영장은 겨울엔 온수를 채우기 때문에 사실 계절에 딱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원이 적으니 나로선 좋은 일이다.
런치 닌자가 매주 한 번은 잡히는 것 같다. 한동안 잡히지 않다가 최근들어 자주 매칭된다. 런치 닌자의 분위기는 상대에 따라서 많이 다른 편이다. 나는 그것이 상대방의 대화 능력에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입사한 후에 나는 말이 많이 줄었다. 이전보다 말을 꺼내기 전에 많이 생각하는 편이 되었다.
매칭되는 분의 업무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많이하는 업무일 때 대화는 정말 재미있다. 거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좋은 대화상대는 상대방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없으면, 질문을 짜내려고해도 마른 수건마냥 나오는게 없다. 나는 주로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 이야기를 할 때는 막힘이 없지만, 질문을 할 때는 많이 막힌다.
돌아보니 내가 주도적으로 질문하면서 대화를 했던 적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이것과 다르다. 대게 고민이 있는 사람은 물꼬가 트이면,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말하기 때문에 딱히 질문이 필요하지 않다.
영어회화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챕터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수업은 딱히 어렵지 않다. 주제도 정해져있고, 토론 주제도 이미 다 정해져있다. 즉, 내가 무엇을 물어볼지에 대한 고민이 전부 생략되어 있다. 실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도 말이다.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선 좋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다.
오후엔 팀 오프사이트로 볼링을 치러갔다가 저녁을 먹고 친구를 만나러갔다. 친구는 오늘 삼성역에서 무역협회 필기 시험을 치고 돌아온 참이다. 올해는 이 수험생활을 끝내고, 만족할만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본인 능력이 대단한 친구니 운만 따라준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나는 중요한 시험이나 간절히 이루고 싶을 때는 항상 ‘허경영’을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외친다. 대부분 정신나간 소리라고 들을 이 의식은 100%의 효험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이 주문을 외쳤던 순간은 세 번이었는데, 재수 때와 대학원 국비 파견 때와 지금 회사 인터뷰를 볼 때였다. 다른 순간에도 아마 몇 번 있었을텐데, 이 주문을 외쳤을 때 실패를 겪은 적은 딱히 없어보인다.
이 주문이 가져다주는 최소한의 효과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주문을 하루 3번 외는 것도 못한다건 그만큼 목표의식이 흐릿하다는 말이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그 주문을 외친다는 건 그만큼 강한 열망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정말 당연한 이치다.
2019. 10. 7. diary (한글) 비 오는 월요일, 런치닌자, 오프사이트, 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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