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길거리는 사랑스런 연인들로 가득하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이들은 그들끼리 무리지어 외로움을 채운다. 누군가는 ‘블라인드’에 애타게 짝을 찾는 글을 올리지만 대게 돌아오는 것은 조소뿐. 어떻게 크리스마스에 팔리지 않고 남은 훈남이 있을 수 있나.
사무실은 더욱 한산하다. 느지막히 아침을 먹고 출근한터라 점심에 배가 고프지않다. 커피를 두 잔 마시고, 일을 하다 운동을 했다. 저녁 약속은 수원에서 대학 동기와 있다. 회사에서 수원까지는 꽤나 멀다. 수원에서 출퇴근하는 거리를 재보기에도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한 곳은 북수원이고 약속장소는 정 반대편이라 의미가 없었다.
오늘 먹은 고기가 올 한해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 대가원이라는 곳인데 고기를 직접 구워주지는 않지만 맛이 정말 좋다. 점원들이 유선 이어셋을 끼고 일을 할 정도로 손님이 많고 규모가 크다. 요즘 삼시세끼를 찍어서 올리고 있는데, 첫 한 점을 먹고나서 사진은 까맣게 잊어버린채 고기를 흡입했다.
먼 길을 온 보람이 있다. 연말이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이번 달엔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이 음주를 했다. 이것만 아니었더라도 이미 체중이 더 줄었을거다.
세상엔 나쁜 놈들이 참 많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며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좋은 면만 보고 자란게 아닐까. 성선설을 믿는 사람은 필경 이미 목숨까지 빼앗겼거나 인생 전체를 청정구역에서만 보낸 것임에 분명하다. 또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을 일들에 대해 도덕적인 척 위선을 떨고 있음에 분명하다.
이런 환경에서 모두가 이웃을 믿지 못하고, 아파트의 담장을 더 공고히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결과다. 소득 수준, 교육 수준에 따라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에도 격차가 발생하며 지역사회는 그저 무능할 뿐이다. 나 또한 그저 이들과 격리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2019. 12. 24. diary (한글) 크라스마스 이브, 성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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