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날. 아침으로 베이컨 까르보나라 리조또를 시켜먹었다. 파스타는 먹을 수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소스라서 리조또로 충분하다. 양이 많은 바람에 반은 내일 먹기로 하고 남겼다. 높은 확률로 버릴 것이다. 오늘도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일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만든 시간관리 계획은 그럴듯한 쓰레기다. 기계를 위해 만든 작업 스케쥴처럼 현실성 없는 시간표. 최대한 많이 이루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계획을 위한 계획표다. 현실성이 없다. 사실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수험생일때와 지금은 너무 다르다.
수험생일 때엔 너무 쉬웠다.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도 딱히 없었고, 나는 그냥 방에서 공부를 하면 됐다. 유일한 목표는 운동과 공부. 모든 것이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돌아보면 시간관리 자체는 난이도가 낮았다. 지금은 다르다. 가족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도 있으며 자기계발도 해야하고 건강도 챙긴다. 언제까지 발전 발전만 하고 있을게 아니니 여행도 다니고 놀기도 놀아야한다.
더 이상 일들은 내가 원할 때 시작하고 원할 때 끝나지 않는다. 방학시간표 형태의 계획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훨씬 더 유연한 시간 관리가 필요한 때가 왔다.
목표 관리 역시 유연하게 바꿔야한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절대적으로 어떻게 알겠나. 그럼에도 목표를 세우는 시즌마다 나는 내 자신을 너무 믿는다. 마치 생각만하면 다 이루어질 것처럼. 그 중에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늦은 오후까지 와버렸다. 오늘 안에 계획표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이번 주말까지 흘러가겠구나. 새해가 되었으니 신년 인사를 돌려야지.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돌리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돌린다. 소중한데 잊어먹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텐데. 잊어먹었으니 떠오르질 않는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
밤이 되고 드디어 곧 새해가 밝는다.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온갖 종류의 면을 먹지 않는 챌린지가 드디어 끝날 때가 되었다. 새해의 챌린지는 더욱 빡세다. 내일 정오부터 시작되는 챌린지는 밀가루, 면, 흰 쌀밥을 3개월간 먹지 않는 챌린지다. 나름 살을 빼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11시가 되었는데 그냥 졸리다. 저녁을 먹어서 배도 딱히 고픈 것 같지 않다. 내일 새벽엔 또 등산을 가야한다. 그냥 내일 다녀와서 정오가 되기전에 먹어야지. 서른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지났다.
2019. 12. 31. diary (한글) 2019년의 마지막, Noodle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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