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글)

2019년 9월 15일 일요일 – (다시 서울)

다시 서울

내가 여기에 내려온 건 화요일 새벽인데, 벌써 떠날 때가 찾아왔다. 아내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들과 놀러나가고, 등산을 가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주말이 와버렸다. 아내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올 때면 마음이 아프다. 매일매일 본다면 이런 애틋함이 없을 수 있다지만, 이 순간이 나는 너무 싫다. 오늘 내려가는 일을 내일로 미룬다면 내일도 미루고 싶을것만 같다. 남은 휴가가 이제 진짜 바닥이기에 그저 참아야지.

원래 점심을 먹은 후에 서면에서 놀다가 장모님을 뵙고 부산역에 가려고 했지만 게으른 우리는 역시 집에서 잠을 자고 말았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참 졸립다. 같이 있으면 서로 졸려서 잠을 참 많이 잔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정말 편한지 끝없이 나태해진다. 아마 우리가 같이 살았다면, 내가 이직을 할 수 있었을까 또는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까 생각이든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구포를 경유하는 열차다. 굳이 먼 부산역까지 오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 덕에 아내도 부산역에서 구포까지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12분 정도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나마 참 좋다.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지만 그 마지막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때마다 슬프다. 차라리 아내가 싫어진다면 이런 감정은 느끼지 않을텐데. 모든 감정은 결국 제로섬이지 않을까.

서울역에 도착하니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미친듯이 길다. 내 앞에 100명은 족히 있어보인다. 얼마나 줄이 길었는지 U자로 휘어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택시도 많은 편이라 금방금방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25분 정도 걸려서 내 차례가 왔다. 강남은 언제와도 낯설고 내 고향같은 느낌이 없다. 감성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적인 감정이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내 집’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어서다. 온전히 나의 소유이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집’을 갖고 싶다.

열심히 살아야지.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니 잘 될 거다.


2019. 9. 15. diary (한글) 다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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