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19년 4월 7일 ’14주차 일상정리’

월요일

저녁에 기동대에서 친했던 대원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PC방엘 갔다. 약속 시간이 7시라 오늘은 운동을 하지 못했다.

요즘에 주변을 둘러보면, 2030세대가 버려졌다는 생각이든다. 좋게 말하면 과도기에 놓인 세대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과도기의 피해를 독박쓰는 세대다. 이건 그저 시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 세대는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해 기득권도 없고, 적응도 못하는 세대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가 되었지만, 노동 생산성은 훨씬 집약되어 더 이상 많은 고용이 필요없게 되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갈수록 낮아져, 명문 대학 졸업장마저도 취업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그 보상은 예전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며 고용의 안전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 이전 세대의 상위 20%가 성취의 보상을 누릴 수 있었다면, 지금 세대는 적어도 상위 5%는 되어야 안도할 수 있다. 명문대생마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의 2030 세대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물론 그 중의 1.8%만이 구제될 수 있으며 98.2%는 영원히 구제받을 수 없다. 이 세대를 위한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장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에야 세금낭비에 불과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저출산 세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나가는 것이 보다 미래지향적이다.

지역 인재 우대 채용이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같은 정책들이 그 중 하나다. 고등학교 성적이 좋아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당연히 비난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의도는 서울 중심의 사회 구조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인구 1/2이 수도권에 모여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본래 목적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한 결과는 그냥 그렇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과 객관적인 줄 세우기식 시험의 장점은 편법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수능이 80%를 차지하던 시절은 그랬다. 지금의 학종은 문제 소지가 참 많고, 편법의 여지가 정말 많고 많다. 그 시행착오를 거쳐서 다음 세대에 적합한 교육 방식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 중간의 세대는 마찬가지로 버려지지만 미래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방향이 정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저 국가 전체가 망해버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이외에도 사회 모든 영역이 과도기에 놓여있다. 우리 세대는 과거 세대들의 빚을 대신 떠안게된 세대와 같다. 잘못은 이전 세대가 저지르고, 그 책임은 우리가 지면서도 그 과실은 다음 세대가 누리게 되는 참 불행한 세대가 되었다. 정말 안타깝지만,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외엔 누구도 돕지 않을 것이다.

화요일

원어민 회화를 들어도 큰 발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실제 업무에서 대화를 할 때의 난이도랑은 큰 차이가 있어보인다. 앞으론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일을 해야겠다.

수요일

특별한 일이 없다.

목요일

속초에 대형 화재가 났다는 속보가 나온다. 야간에 강풍까지 불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 같다. 재난 현장에서 작업에 가장 방해되는 건, 다름 아닌 ‘보고’다. 큰 재난일수록 ‘보고’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는 더욱 심각해진다. ‘컨트롤 타워’라는 개념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의 재난 현장에는 소방, 경찰, 군이 모두 모이지만 정작 지휘해야할 사람들이 제대로 현장지휘를 할 수가 없었다. 상부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요청하기 때문에 지휘를 해야할 사람이 보고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장 중계 말고는 할 수 있는일이 없다. 한 소방서장은 강연에서 이 보고를 미흡하게 한 것 때문에 국정감사에 불려갔다고 했다. 각 부처가 현장에서 따로 노는 것도 모자라서, 어느 하나 지휘도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컨트롤 타워는 이런 보고와 지휘 체계를 하나의 창구로 통일한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개념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고 이게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총리가 현장 방문해서 지휘를 자청 한 것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총리 이하의 기관장들이 현장을 방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보고와 의전이 생략되는 것만으로도 비전문가인 총리가 현장에 방문해서 할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금요일

맥주를 한 캔 마셨는데, 정말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지럽다. 술을 안먹으니 알콜 분해효소가 줄어들었나보다.

금연 프로그램 알렌카가 정말 유명한가보다. 파고다 영어회화 토픽으로 금연이 나와서 우연히 이야기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 선생님도 자국에서 알렌카로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토요일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동기 결혼식에 오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졸업할 때는 모두 똑같았는데, 5년이 지나고니 각자의 인생이 스펙트럼처럼 나뉘기 시작했다. 또 5년이 흘렀을 때 이 스펙트럼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남의 인생에 대한 관심은 다양성보다는 줄 세우기에 맞춰져있다. 누가 승진을 했는지, 누가 어디에 들어갔는지, 누가 얼마를 버는지, 누가 어느 자리에 갔는지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요즘 시대에 누가 이걸 나쁘게만 생각하겠는가. 동기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신을 돌아보고 좋은 자극으로 삼기에 좋다. 나도 많은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드디어 새로운 방 계약을 끝냈다. 출퇴근 시간은 좀 길어졌지만, 그래도 걸어다닐 만한 거리다.

일요일

아내를 김해로 보내고 친구와 벚꽃을 보러 석촌호수에 갔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걷지도 못할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지 다리가 저리고 피곤하다. 일주일이 흘러가는 속도가 왜 이렇게 빠를까.

글쓰기 모임을 직접 만들었다. 오픈컬리지에도 여러 글쓰기 모임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자유롭게 보고 코멘트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그냥 내 맘대로 운영하고 싶었다. 모임은 매주 온라인으로 서로의 Weekly를 공유하고, 격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집된 Weekly는 하나의 구글 문서로 통합되어 회원들에게 공유된다. 단점이 있다면, 모바일에서 코멘트를 쓰려면 앱을 설치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남의 글을 보는 건 추가 앱 설치 없이 쉽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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