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19년 3월 24일 ‘12주차 일상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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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미팅도 모임도 많고 일도 많은 날이었다. 아침에는 서울대건강검진센터에 방문했다. 얼마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 그 전날 감기약을 먹었던게 문제였는지, 혈액 검사를 다시 받았다. 점심에는 또 새로운 분과 런치가 매칭되어서 1시간 정도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길했다. 경력직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에선 전 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자주 묻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는 이제 익숙하다. 내년에 후배, 동기들이 회사에 지원하고 합격한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이 되겠지.

저녁에는 노래 동아리의 첫 모임을 열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노래방에 예약을 하려고 전활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 급하게 이곳 저곳 회사 근처의 노래방에 30분 넘게 전화를 돌려 겨우 한 곳을 찾아냈다. 모임 멤버는 심지어 정원인 7명보다도 많은 10명 정도가 모였다. 그리고 다들 노래를 어느 정도 이상 잘하시는 분들이었다. 아마 노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올 동아리가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어떻게하면 좀 더 재밌는 모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래도 서로 다른 부서 사람들끼리 짧게나마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좋아보인다.

화요일

예비군 첫 날이다. 12시까지 도착해서 생활관을 배정받고 1시가 되어 점심을 먹었다. 점심 메뉴는 순두부 한 스푼에 김치 한 쪼가리와 생선이 이리저리 갈려있는 국에 흰 쌀밥이었다. 무료 급식소 식단이 훨씬 영양가 있어보인다. 같이 생활관을 쓰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다들 어린 사람들이다. 할게 없으니 그냥 누워서 잠을 잤다. 생활실은 논산과 다를게 없지만, 그나마 나은 점은 누워도 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논산에서는 휴식시간에도 누울 수 없고, 취침 시간을 제외하곤 앉아있어야만 한다. 수감자에게 적용되는 규칙과 같다.

입소식을 하고나서 일정은 교육 후 저녁 식사 그리고 다시 교육으로 끝이났다. 올해부터는 현역 병사가 아니라 예비역 간부가 예비군을 통제한다고 한다. 물론 예비역 간부들도 더 이상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예비군이 귀찮은 아저씨일 뿐이다. 군대도 역시 경찰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쓸데없이 보내는 대기시간들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훈련이 빠르게 잘 끝나더라도,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훈련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차라리 멍 때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기시간이 훨씬 낫다.

수요일

6시에 기상했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아침 점호를 하지 않는단다. 이 참에 훈련도 모두 실내 영상교육으로 대체했으면 좋겠다. 식당의 위생상태는 처참하다. 자기가 먹은 식기를 스스로 설거지하는데, 식판 전체가 기름으로 코팅되어있다. 만화가 주호민씨의 오래된 작품인 ‘짬’에 나오는 더러운 식판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얼른 비가 내리길 바라고 있다.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 최대한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 것 말곤 이 지루함을 견뎌낼 방법이 없다. 산에 올라가고 나니 온몸이 땀에 젖었다. 다행히 오후에 비가 내려 원래 저녁 10시 이후까지 계획되어 있던 야외 훈련이 모두 실내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은 안간다. 그냥 누워서 아무 생각이나 하는 수밖에. 이 훈련장은 PX도 쓸 수 없어서 정말이지 군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란 재미는 단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내일은 돌아가는 날이다. 물론 그 다음주에는 작년에 받지 않아서 밀려온 동원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한다.

목요일

드디어 돌아가는 날이지만 아침 6시부터 일정을 시작하니 퇴소시간인 오후 5시까지는 아직 11시간이나 남았다. 오전에는 사격훈련을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훈련이 집중했는데, 역시 시간은 그런다고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다. 총기 반납 이후엔 일정이 없어서 정말 지루하게 생활실에서 대기했다. 드디어 강당에 모여 드디어 수료증을 받고 드디어 기다리던 퇴소식을 드디어 마쳤다. 군대를 전역하는 기분이 이런가 싶다. 사람들 대부분이 택시를 탈 것 같아 카카오블랙을 불렀다. 이 곳에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돈을 좀 주고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도로가 막혀서 생각보다 더 돈이 많이 나왔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평소에 지긋지긋했던 이 집이 참 아늑하게 느껴진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고 샤워를 한 후 편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 주에 또 가야하는 것만 뺀다면 모든 것이 행복하다.

금요일

오랜만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예비군에 비하면 회사는 정말 정말 천국이다. 예비군 훈련 때 회사에 돌아가면 뭘 할지 생각해둔 덕에 허둥대지 않고 일했다. 저녁에는 집에서 푹 쉬다가 일요일에 스터디할 알고리즘을 좀 보고 잠에 들었다. 하루가 참 빠르다.

토요일

아침 일찍 화상회화 수업이 예약되어있어 일찍 일어났다. 갈수록 아침에 일어나는게 쉬워지고 있다. 영어회화는 생각보다 낮은 빈도로 수강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공부해야하는데 일기에 쓰는 김에 계획을 세워서 미리 캘린더에 추가해봐야겠다. 오프라인 영작까지 포함해서 일주일에 4번 정도 수업을 듣고 나머지 날은 혼자서 공부하면 좋겠다.

영어회화가 끝난 다음엔 회사 일을 조금하다가 운동을 하러갔다. 오늘 2019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요즘 헬스장 러닝머신엔 전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야구를 보면서 걸으면 내가 같이 운동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덜 힘들고 시간도 잘간다. 대게 헬스장에가면 회사에서 출발해서, 샤워하고 나오는 순간까지 2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데, 단순히 TV만 보지말고 영어공부라든지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운동을 끝내고나선 영작 수업을 들었다. 워드프레스 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영어 일기는 초고를 쓴 이후에 첨삭을 거쳐서 포스팅하고 있다. 선생님 말대로 영어로 먼저쓰는게 좋을 것 같다. 다음 주차 일기부터는 영어를 먼저 쓰고 한국어로 바꿔봐야겠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와 함께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 아내는 김해에 있고, 나는 서울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같이 볼 수는 없었지만 서로 영화를 틀어서 음성 싱크를 맞춘 다음에 스피커 폰을 틀어놓고 같이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같이 봤다. VR을 통해서 야구를 같이 보는 시스템을 SKT에서 개발한 모양인데, 조금 더 응용하면 VOD를 함께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VR 자체가 어지럼증과 눈의 극심한 피로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실현하기는 좀 힘들어보인다.

영화를 보고나서 아내와 같이 새로운 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 중에 좀 괜찮은 방들이 보여서 내일 보러가기로했다. 방을 몇 번 구하다보니 이제 뭘 봐야할지 조금씩 알게되었다. 그리고 좋은 가격에 나오는 방엔 오히려 의심을 갖게된다. 물론 지금 살고있는 방보다 나쁜 방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좁고 더럽고 비싸고 시끄러운 이 방을 얼른 탈출하고 싶다.

일요일

오전 10시까지 보러가기로 한 집 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강남역 근방이긴 하지만 실제 위치는 강남역과 양재역 중간 지점이다. 출퇴근 거리가 도보로 10분 늘어나는 것만빼면 나머지 부분에선 지금 방보다 훨씬 좋은 곳이다. 이 집은 한 층에 4가구가 있는데, 너무 출입문이 다닥다닥이어서 살펴보니 원래 2개이던 방을 반으로 쪼개서 4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 세입자는 3년을 살고 이직을 해서 나간다는데 거짓말같아 보이진 않는다. 정 시끄러우면 지금처럼 TV를 틀고 귀마개를 끼고 안대를 끼고 자면된다. 어쨋든 집값은 아낀거니까.

점심에는 글쓰기 모임에 갔다. 이번 주는 운영진 없이 회원들만 모여서 진행했다. 이번 주는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운영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임이며, 주제나 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남는 기록은 이모티콘으로 얼굴을 가린 모임 사진뿐이다. 이런 기조가 2주 정도 지속된다면, 모임이 사라질 것 같다. 내가 운영하는 GVC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다음 주 런치 모임을 초대하고, 다음 주에는 다다음주 모임을 공지해서 모임을 살려봐야겠다.

모임이 끝나고나선 회사로 돌아와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주말인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 사람들이 부지런하다. 다음주 예비군 훈련 때문에 덥수룩한 머리를 좀 정리하려고 했는데, 하필 자주가는 곳이 예약이 밀렸다. 이번 주부터 2주에 한 번 알고리즘 스터디를 시작했다. 알고리즘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문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포기하지말고 꾸준히 함께 공부하면 각자 원하는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내일도 예비군이다. 그나마 출퇴근 훈련이라는 점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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