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에 눈을 떴다. 당초 계획은 일어나서 짜파게티를 먹은 후 등산하기. 역시나 일어난 직후라 식욕이 없다. 갔다와서 먹어야지. 밤이 깜깜하다. 일출 시간은 7시 33분이라서 한 시간 좀 넘게 여유가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경사로를 올라가다가 갑자기 미끄러졌다. 미끄러진 후 경사를 따라 쭉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친구가 일으켜줘서 일어난 후 빛을 비춰보니 경사로의 왼쪽 구간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있었는데 내가 그 쪽으로 간 것이었다. 새해 첫 시작부터 나자빠지다니 액땜이구나 싶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 좀 더 쉽게 가는 코스가 있는데 저번에 가보니 막혀있어서 다른 코스를 택했다. 몇 번을 쉬어서 7시 30분이 되어서 천문대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보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은 자동차를 몰고 오는 모양이다. 어쩐지 우리 앞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없더라 싶다. 정상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이미 사진찍을만한 곳에 무리지어 진을 치고 있다.
우리도 그 곳으로 가 해가 떠오르는 산 등성이를 바라본다. 새해 첫 날 일출을 보는게 사실 처음이다. 산 넘어 보이지도 않던 해가 마치 텔레토비 햇살 마냥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활짝 떠오른다. 그 빛이 우리 모두에게 비춰진다. 폰을 꺼내서 찍으려고 했는데 배터리가 0%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때 절반 이상 충전해서 왔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방전되었나보다. 망할놈의 갤럭시 노트8. 올 여름만 되면, 약정만 끝나면 바로 갈아치워야지.
내려오는 길은 완만한 길로 내려왔다. 나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걸 더 못한다. 자빠질 것 같아서 매우 슬금슬금 내려오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게 내려가면 무릎에도 안좋으니까. 내려왔을 때 쯤엔 9시가 되었다. 왕복 2시간 30분 정도의 여정이다.
바로 PC방에 가서 짜파게티를 주문했다. 정오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서 여기서 짜파게티를 하나 먹고 11시 쯤 중국집에가서 짜장면을 먹을 생각이다. 드디어 짜파게티가 나오고 한 젓가락을 크게 떠서 먹는데 맛있긴 하지만 기대 이상은 아니다. 그냥 맛있긴한데 오랫동안 기다려서 먹을만한 것이었나 싶다.
중국집도 그랬다. 짜장면 곱배기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는 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절반 정도 먹고 나머지를 그냥 내려뒀다. 맛은 있었지만 굳이 무리해서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이 정도면 앞으로 3개월 정도의 챌린지는 매우 쉬울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서울로 돌아갔다. 비행기는 이륙 착륙 딜레이만 빼면 제일 빠른 수단이다. 김포공항에서 집이 멀긴해도 9호선 급행을 타면 1시간내에 집까지 갈 수 있다.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성수역으로 갔다. 멘사에서 만난 형이 거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내가 술을 먹자고 했다. 왠지 신년회를 하고 싶어서 집에 있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올라갔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경험은 누군가 깽판을 치지 않는 이상 거의 즐겁다. 너무 늦지 않게 12시 귀가까지. 아주 좋다.
2020. 1. 1. diary (한글) 일출, 면 먹기, 신년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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