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동안 아내와 함께 메이플 스토리에 파묻혀 있었다. 보너스 경험치와 1+2 레벨업 이벤트인 버닝 시스템이 있어 3일이면 레벨 200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단순한 조작과 스킬 이펙트 그리고 타격감이 백치처럼 아무 생각없이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런 식으로 3일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면 레벨 200을 기점으로 게임이 슬슬 달라지기 시작한다. 스킬 한 방이면 끝이던 몹들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고, 퀘스트나 사냥을 위해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다. 현질의 입구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무자본으로도 캐릭터를 키울 수는 있지만 1억 메소에 4000원 정도인 시세를 감안하면, 내 캐릭터로 한 시간 파밍하는 가치는 천 원도 되지 않는다. 차라리 현질을 하고 남는 시간을 쉬는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다보면 결국 게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게임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연휴 기간 소설을 두 권 읽었다. 요즘 쏟아지는 신간은 정말 형편없는 것들 뿐이다. 대리만족을 위한 힐링 소설이나 주식이나 부동산 또는 정치선전 책이 시장의 전부 잡아먹고 있다. 이럴 때 차라리 안전한 선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을 택하는 것이다.
고전이 가지는 가치는 실로 놀랍다. 고전에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본질이 들어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어느 시점에 무수한 비공감을 얻어맞고 유명세를 잃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언급되고 있는 고전들은 그 안에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물론 아닌 고전도 있겠지만.
고리오 영감과 멋진 신세계는 약 200년과 100년 전에 출판되었지만, 시대상을 지워버리고 문체와 내용을 현대식으로 바꾼다면 지금이라도 히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 속에서 다루는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모습은 지금과 전혀 차이가 없다. 물론 고전을 읽는다고 미래를 본다든지, 지혜가 넓어진다는지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잠깐 등장했다가 없어질 것들을 읽는 것보다는 영양가 있지 않나해서.
2021. 1. 4. diary (한글) 긴 연휴, 고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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