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지 않다. 아무래도 잠을 잘못잤나보다. 친구가 도착한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게 이름이 ‘MEATERIAN(육식주의자)’다. 아내가 올라오면 같이 가보려고 했는데, 친구가 올라온 김에 그냥 가보기로 했다. 가게 주인 내외는 나이가 좀 있으셨는데, 가게 오픈이 얼마 되지 않으셔서 그런지 조금 어설펐다. 그래도 서비스도 많이 주시고 매우 친절했고 가격도 역삼동인걸 감안할 때 괜찮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다. 어떻게 방송을 찍을지 컨셉트를 잡고, 오늘 데모영상에 쓸 자소서를 고른다. 얼굴이 팔리긴 싫어서 가면과 선글라스를 다이소에소 고른다. 집에 도착해서 조명을 설치하고 크로마키 천을 댄다. 그런데 크로마키가 문제다. 녹색은 집에 두기 싫어서 그냥 하얀색 천을 샀는데 OBS(Open Broadcaster Software)는 하얀색을 지원하지 않는다.
모니터가 하나 뿐이라서 내 화면을 모니터링 하면서 할 수가 없다. 방송을 시작하니 참 버벅인다. 일단 파일럿이니 얼굴이 나오는 부분은 빼고 첨삭하는 부분만 녹화해보리고 한다. 친구의 자기소개서는 좀 충격적이다. 2018년 부산교통공사에 지원했는데, 붙을 마음없이 NCS만 치려고 넣은 것이라 내용이 개판이다.
전체 450자 정도에서 살릴 부분만 살려보니 한 줄이 남는다. 이런 미친 이건 그냥 대필이다. 옆에 친구를 앉혀놓고 인터뷰 형식으로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글을 쓴다. 바로바로 뭔가 떠오르는 건 아니라서 시간이 걸린다. 1시간 정도 끝에 하나의 문항이 완성된다. 이걸 5분 정도로 줄여야한다.
편집은 더 헬이다. 영상 편집을 마지막으로 해본게 4년 정도 전이다. 자막은 정말 직접 넣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걸 어떻게 다 수동으로 넣나. 일단 5분짜리로 편집을 한 다음에 자막을 넣는걸 좀 생각해야겠다. 근데 너무 진이 빠진다. 목이 완전히 맛이가는 바람에 보컬 레슨도 가지 못했다.
아내 말로는 방송이 공신력이 있으려면 너 경력을 좀 넣어야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고 싶긴 하지만 나를 너무 특정시키고 싶진 않다. 차라리 서울대 컴공을 나왔다면 편했을텐데, 나는 경찰대를 나와 공무원을 하다가 구글에 입사했기 때문에 그냥 특정이다. 공무원 출신 외국계라고 말하기에도 우리 회사는 자소서를 안봐서 애매하다.
너무 많은 생각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냥 즐겁게 하는 수준으로 누가 보든말든 올려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영어공부하는 브이로그를 만들어서 나중에 아내랑 둘이서만 같이 보는게 나을텐데. 오늘 또 다시 알았다. 세상에 역시 쉬운 일은 없다는 걸. 그리고 정말 많은 잘난 사람들이 유튜브를 한다는 걸.
2020. 1. 5. diary (한글)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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