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5일 수요일 – 21대 총선

21대 총선

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투표소는 집 바로 앞에 있어서 빨리 하고 쉬자는 생각에 아침을 먹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사실 투표는 아내만 참여하고 나는 그냥 투표소까지 따라만갔다. 선거구가 서울인 나는 고향에 내려올 시점에는 일주일이면 다시 올라갈 줄 알고 신분증을 안가져왔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투표는 도착 순서대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사전에 받은 번호별로 칸막이를 배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아무래도 인접한 거주자를 같은 칸막이에 몰아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염을 막으려는 시도인 것 같다.

선거에서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의 통계는 정말 정확하기 때문에, 여론 조사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오차범위 안에서 일어난다. 선거 직전까지 치열한 여론전이 있긴 했지만, 여론을 뒤집을만한 이벤트는 딱히 없었다. 이미 정치 프레임에서 통합당은 혐오 단체로 인식되고 있으며, 통합당의 존재가 민주당의 번영에 보탬이되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리 결과가 정해진 총선이라고 해도 한 가지 놓칠 수 없는게 있다. 바로 개표방송이다. 공중파 3사를 포함해 JTBC같은 케이블 방송까지 많은 방송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표 상황을 재미나게 중계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튜브에서 창을 3~4개를 틀어놓고 선거 결과보다는 그 결과들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흥미진진하게 개표 방송을 시청한다.

아. 미리 치킨을 시켰어야 했는데. 개표 방송이 시작할 즈음에 치킨을 시키니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한다. 그래도 개표가 시작되고, 선거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려면 2~3시간은 더 걸릴테니 엄청 늦은 것도 아니다. 역시 실제 개표 집계는 방송이 시작한 지 수십 분 후에나 시작되었고 아내와 나는 치킨을 뜯으며 개표방송을 지켜볼 수 있었다.

놀랄 것도 없이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비례석을 포함하면 전체 300석 중 180석 이상을 확보해 개헌을 제외한 모든 활동에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비록 몰락했지만 통합당도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 역시도 지역색에 따라 결과가 명확했다. 내 고향에서도 당의 인기빨로 당선된 후보가 나왔다, 그 후보의 행실과 갑질을 수차례 겪어본 사람으로서 제발 떨어지라고 아주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역색과 양당 구도, 그리고 위성정당으로 인해 소수 야당의 존재감은 이번 총선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물론 소수정당이 제대로 그 정체성이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민심으로 볼 수도 있겠다. 내가 가장 불평등을 느끼는 이슈는 징병제 문제인데 소수 정당 중에서 이 정책을 연구하는 곳은 없으니, 나도 소수 정당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모병제를 추진하는 정당이 있다면 힘을 실어주고 싶다. 20~30대 남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거대 여당의 탄생으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없이 안정된 기조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코로나 시국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고, 민생 법안을 만드는 것에 거침이 없게된 것이다. 이 기조를 이어나간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같은 기조의 정부를 이어나갈 수 있다. 즉,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은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그 원인이 집권 여당에게 있다는 말이다.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이 바래왔던 세계의 대한민국이 될 것인지,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한 공산주의 국가가 될지 판결이 날 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 온오프라인상의 끝나지도 않을 소모전은 더 이상 필요없다. 국민의 선택은 전자에 결론에 힘을 실어 주었고, 이제는 지켜볼 일만 남았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 국민들은 생각보다 위기 상황에서 현명하고, 단결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불상사에서도 잘 대처할 것이라 믿는다. 만일의 만일의 만일에 그것마저 안된다면 뭐 빠르게 다른 나라로 튀는게 상책일 것 같은데, 코로나를 한 번 겪어보니 아주 심각하게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든다.


2020. 4. 15. diary (한글) 21대 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