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처럼 내린다. 내일 아침이면 서울로 향해야한다. ‘우한 폐렴’의 3번째 확진자가 강남을 활보하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걱정이된다. 나는 아직 젊은 편이니 설마 죽기야 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에 서울로 올라가고 싶지만 휴가를 더 쓰고 싶진 않다. 상황이 충분히 악화되었다고 생각하면 아마 오피스에서도 리모트 근무를 권장할테니.
오히려 사람들과 접촉해야하는 아내가 더 걱정이다. 나야 원한다면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일할 수 있지만 아내는 그럴 수 없으니 더 걱정이된다. 지방의 의료체계나 방역 인프라는 서울에 비해 훨씬 열악할테니. 둘 다 젊으니 죽을 걱정은 안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걱정이다.
크리에이터 클럽 번개가 거의 불발 되었다.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9명 중 6명이 사정이 생겨서 못온다고 한다. 어떤 약속이든 막상 당일이되면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연휴에 쌓인 피로와 흐린 날씨에서 생기는 귀찮음. 이럴 때 누구 하나 먼저 불참을 시전하면 나도 거기에 끼어서 불참을 선언하곤한다. 그런 귀찮음의 연쇄반응이 한바탕 일어나고 나면 이내 모임은 홀쭉해지거나 없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회비를 걷어놓는게 제일 좋다. 당일 취소에 더해 회비를 돌려달라고 하는 건 심리적 장벽이 더 높다. 여기에 당일 취소나 전일 취소에 대해 환불 금액 규정을 달게되면 더 참석율을 높일 수 있다. 신청을 할 때는 그 룰에 대해 동의할 확률이 높다. 생각해보니 스키장 비용도 얼른 정산 해야겠다.
아내가 보너스를 받아왔다고 용돈을 100만원을 준다고 한다. 너무 행복하다. 이걸로 뭘하지 하다가 운동화를 새로 하나 사고 아내 귀걸이를 사주기로 했다. 서울로 돌아가서는 다시 아껴 살아야지. 불로소득자들을 보면 한 푼 두 푼 아끼는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지만, 그 사람들도 없는 시절에는 아껴 살았을 수도 있고 내가 그 사람들만큼 수완이나 운이 있는게 아니라면 아껴 살아야겠지.
2020. 1. 27. diary (한글) 우한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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