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에 비해 한없이 작은 지구와 우주의 시간에 비해 한없이 짧은 나의 수명에 대해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이 우주에서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극미한 일부에 불과하다. 길고 긴 우주의 시간 속에서 나의 역사는 아주 잠깐 존재했다가 지워질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남의 일처럼 보이던 죽음은 나에게도 반드시 찾아올 것처럼 가까워져 문득 소름이 들곤한다. 내가 죽게 된다면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죽은 후에도 세상이 잘 돌아갈 것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나 자신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육신이 수명을 다했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것은 내가 기계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기에 참 슬프다. 나의 소멸은 빠르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처럼 어떻게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미래다. 사람들이 사후세계를 믿는 것도 이 허무한 소멸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지켜보려는 정신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죽음의 순간에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지 생각하곤 한다. 그 순간에 후회, 미련, 공포가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영원히 꿈속에 갇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로 깨지 않는 편안한 꿈속에 빠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기술로 체감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에는 끝이 존재한다.
2020. 12. 23. diary (한글)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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