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입 안에서 발견된 검은 점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을 정말 불안하게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마귀같은 혹이 볼안에서 느껴지는게 아닌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검은 점이 입 안에 보였다. 비주얼 상으로도 불길해보여 검색을 해보니 구강암의 징후일 수도 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입안을 강하게 깨물어서 난 상처에 피가 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지만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불안할 노릇이다. 아직 제대로 인생이 피지도 못했는데. 병원이 여는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에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입 안을 한 번 더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 내 상태를 말하자 의사는 내 입 안을 한 번 슥 보고는 점이 안보인다고 했다. 의사의 말투가 살짝 사짜같이 느껴져서 그럴리가 없는데 하고 입 안을 훑었는데 느껴지는게 없는 것이다.
화장실로 가서 입을 벌려 안을 보니 어제 자기 전까지 있던 검은 점이 사라졌다. 아마도 피가 뭉친 것이 맞는 것 같다. 의사도 입 안이 헐어서 그런것이라고 하며 간단한 약 처방을 해줬다. 자연치유가 되기 때문에 약을 굳이 받지는 않고 걸어서 집으로 왔다. 허탈하지만 참 다행이다.
그제서야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구시가지에는 캐롤도 나오지 않지만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볍다. 내년 건강검진부터는 반드시 암 검사를 넣어야지. 빨리 죽는 건 정말 싫고, 아프다가 죽는 건 더욱 싫다.
2020. 12. 24. diary (한글)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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