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열풍
도쿄 오피스를 알아보다가 알게 된 슬픈 사실은 바로 부산에서 도쿄 국제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다는 것이다. 대략 1시간 정도 생각했던 비행시간도 최소 2시간은 소요된다. 임진왜란 때 당시 기술력으로 일본군이 어떻게 바다건너 조선까지 왔을까 참 신기하다. 부산에서 직항이 있는 곳은 나리타 공항이며, 따라서 본가에서 도쿄 오피스는 최소 4시간 30분을 생각해야한다. 예전처럼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해진다. 매주 오고가기는 좀 힘들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양극화가 해소된 시기가 없었던 것 같지만. 사람들은 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로 나뉜다. 부동산을 놓친 사람들은 주식판에 뛰어들어 어떻게든 돈을 불리려고 노력한다. 장이 좋아서 누구든 돈을 벌 수 있으니 사람들이 일보다 주식에 더 비중을 크게 둔다. 자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자본소득은 원래 자본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적은 금액으로 가치투자를 해봐야 몇 년 동안 겨우 2배를 먹는다. 답은 단타 뿐인데, 그게 승진경쟁보다 쉬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자 열풍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컴퓨터 공학과가 떡상을 친 건 이미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이제 직장인들도 너도나도 개발자로 이직을 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실력만 좋으면 정년없이 일할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일단 좋은 일자리가 정말 많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등등 10년 전과 비교할 때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4차 산업 혁명이다 뭐다 하면서 개발자 수요는 많은데, 좋은 개발자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자연히 처우가 올라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업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모든게 항상 좋은 순간은 없으니까. 언제 한 번 경제가 또 엎어지고 업황이 뒤집어지면 또 수많은 잉여 인력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해진다.
불안한 마음에 경쟁력을 키우고 싶지만 당장 뭘 해야할지는 잘 모른다. 젊은 시절의 시간의 가치는 너무 소중하다. 노력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고, 시간을 주고 지식/기술을 구매했을 때 그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아예 창업이라면 도박처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기술 공부는 더 애매하다.
나에게 대단한 선구안이 있는 건 아니라 나도 남들이 하는 것처럼 영어 공부와 딥러닝 공부나 하기로 했다. 이걸 열심히 했을 때 얼마만큼이나 나는 성장할 수 있을까. 이 회사를 들어올 때 나는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시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일주일에 두 번은 술을 먹고 놀았으니. 만약 그것보다 더 간절히 공부한다면 딥마인드나 구글브레인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3년 정도 투자한다고 볼 때 그 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다. 3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늙지도 않았지만, 파릇파릇한 청년도 아닌 사람이 된다. 그때 지금 노력에서 얻은게 아무것도 없을까봐 나는 두렵다.
한편으로 내 인생을 돌아보면 살면서 노력한 순간보다 고민하고 어영부영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생각없이 도전해보는게 좋을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에 확정적인 건 없으니까. 결국 노력은 5%, 운이 95%니까. 고민은 조금만 더 해야겠다 이제.
2020. 12. 6. diary (한글) 개발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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