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2일 토요일 (감염병의 역사)

감염병의 역사

2년 후를 제외하면 오늘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년/월/일에 0을 제외하고 2밖에 없는 콩콩절이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날을 많이 기대했는데, 인터넷은 죄다 코로나 속보와 신천지 욕밖에 없다. 참 다이나믹한 2020년이다. 3월도 되기 전에 사건이 몇 개가 터지는지.

전쟁없는 나라에서 몸 성히 태어나 사는 동안 병, 전쟁, 사고. 범죄와 인연없이 살다가 노년에 치매에 걸리지 않고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할 거 다 해보고 잠자듯이 죽는게 진짜 존나게 힘들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전염병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2009년 재수를 할 때 신종플루가 심각하게 유행했었다. 당시 나는 경찰대학 2차 시험을 보러 올라갔다가 전날 숙소를 빌려준 고등학교 동창로부터 감염되었다. 마지막 오래달리기를 끝내고 나서부터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마침내는 서 있을 힘도 없어 고속버스터미널역 바닥에 주저앉아 다른 친구에게 전화로 살려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예전 뉴스를 검색해보니 그 당시 신종플루는 5월에 유행이 시작되어 몇 달 후에 지역사회 전파가 된듯하다. 감염자수는 대략 10일 간격으로 2배씩 상승했다. 지금의 증가세가 훨씬 더 빠르다. 결국 신종플루 사태는 백신이 나오고 나서야 끝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의 백신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신종플루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던 나는 메르스때는 진짜 죽을까봐 아예 집밖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메르스에는 다행히 걸리지 않았었다. 이 때는 정부가 감염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서인지 욕을 엄청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는 지금처럼 경기가 흔들리지는 않았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협조하지 않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들은 간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과 같다. 행위의 양태만 다르지 그 결과가 같다면 어찌 다른 죄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자들의 생명과 인권을 무고한 사람들의 것과 동등하게 보는 것이 매우 무례하고 미개한 짓이라 본다. 이런 행동은 살인범을 동등한 인격체로 다루는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과 같이 대우하는 행위다.


2020. 2. 22. diary (한글) 감영병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