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고향으로 내려온지도 11일이 지났다.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내의 습관을 따라 내 수면패턴도 점차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점심도 아내 직장 근처로 가서 함께 먹기로 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백수 남편이 따로없다. 요즘의 생활은 패턴이 정해져있다. 아내가 출근할 때 일어나서 일을 하다가, 점심 시간이 되면 아내의 직장 근처로 찾아가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나 음료수를 사서 돌아온다. 그 후에 좀 쉬다가 다시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 아내가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일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하며 남은 하루를 함께 보낸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 생활이 지금은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런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다소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과, 따뜻한 밥과 집이 거저 주어졌고 난 그냥 공부만하면 됐다. 그 삶을 부모님이 정말 힘들게 지탱해주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힘들게 삶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해야만 자신과 가족의 삶을 겨우 지탱할 수 있는 이들이 많다. 상황이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서울에서 가족과 떨어진 삶을 살아야하겠지만 다른이의 생존처럼 당장 절박한 문제는 아니니까.
2020. 3. 17. diary (한글)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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