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후부터 하루 종일 롤만 해보기로 했다. 랭크 게임만 쭉 돌려서 티어를 높여보자는 생각에서다. 얼마 전 장범준이 발표한 ‘실버 판테온’은 ‘나도 한 번 골드 가보자’는 목표의식을 끓어오르게 만들어주었다. 이번에 승진을 할 수 있었다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라도 좀 받을텐데, 코로나 놈 때문에 유튜브나 보면서 독학을 해야하는구나.
게임을 할때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른다. 월등하지 못한 내 실력은 게임을 휘어잡지 못해 결과는 승리와 패배를 두고 계속 진동한다. 결국 제자리에서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5명이서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이 게임은, 누가 잘하냐보다는 누가 더 못하고 그 못하는 정도가 얼마나 큰 임팩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가끔 세컨드 계정을 쓰는 고수나 대리작업 중인 계정을 만나면 꽁으로 승리를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이 1시간 미만의 게임안에 온갖 정치질과 욕설과 비굴함 분노 슬픔 등의 모든 인생이 축소판처럼 녹아있다.
어느 새 게임이 출시된 지도 10년이 넘어 사방에 고인물들 천지라 티어를 올리려면 피지컬, 뇌지컬 둘 중에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한다. 무슨 게임에서 수싸움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어림짐작으로 플레이해서는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다. 마치 바둑을 두는 것처럼 매 판이 끝날 때마다 리플레이를 보면서 복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확실히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내 포지션은 정글러로 현재 내가 가진 문제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상대 정글의 위치를 파악하는게 쉽지 않다. 둘째로는 각 라인의 상황을 보고 어느 곳에 지원을 갈지 생각하지 못한다. 셋째로는 캠프 경험치를 잘 챙기지 정신을 차리고보면 상대방보다 레벨이 뒤쳐져있다. 넷째로 챔피언간의 상성을 잘 모르고 있으며 다섯째로 후반부 게임 운영에 대한 지식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걸 빼 먹었는데 논 타겟팅 스킬도 잘 못맞춘다.
이것들을 모두 신경쓰면서 플레이 하는건 일할때 이상으로 빡센 집중력을 요구한다. 겨우 게임 하나를 이기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다른 스포츠들도 경지가 높아지면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특별할 건 없다.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기는 게임이니 수준도 높아지는게 당연하기도 하다. 이제 늙어서 피지컬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E-sport에서도 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아무튼 오늘의 결과는 게임을 안하느니만 못했다. 크게 현타를 느끼고 내일부턴 안해야지 생각하지만 분명 내일도 나는 게임을 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나는 잘 알고 있다.
2020. 3. 21. diary (한글) 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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