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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2일 토요일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아침에 눈을 뜨니 재난 알림 문자가 와 있다. 작년에는 미세먼지, 올해는 코로나. 처음 들을 때는 소름끼치던 이 경고음이 익숙해져버린 일상이다. 기지국 시스템이 정확하지 않은지 여러 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드는 경고문자는 광고 문자와도 같아 이미 차단해버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긴 ‘화이팅’ 이런 문구를 재난 문자에 집어넣는건 많이 오버다.

이번에 발송된 재난 문자는 단순히 확진자 정보가 아니라 앞으로 2주동안 외부 활동을 삼가달라는 대국민 메시지였다. 서울에도 확진자수가 서서히 늘어나면서 사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앞으로 2주안에 사태를 종식시키고 예정대로 개학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현재의 생활이 이미 자가격리 수준인 나에겐 이 권고는 영향이 없다. 이 메시지로 혹여나 2차 사재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대국민 메시지는 단순히 시민들의 협조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한 처벌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 행정 명령에 근거하여 지침을 어기고 단체 행사를 주최하는 집단 및 개인에 대해서는 문제 발생 시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적용 대상은 종교 시설로 보이는데, 사람들은 유독 종교만 규제하는 이유는 말이 안되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모든 장소를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맞긴 말이긴 하지만 모든 곳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스크를 끼고 잠시 산책을 나갔다. 어느새 날이 많이 더워졌다. 벌써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날씨는 좋지만 이 갑갑한 느낌이 싫어 금방 집으로 돌왔다. 덥고 습한 여름철에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계속 밖에 다닐 수 있을까. 땀 때문에 젖어버린 마스크가 효과가 있기는 할까. 뜨거운 햇빛에 마스크를 쓴 부분만 빼고 탄 자국이 남아버리겠지. 그래도 그 자국은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뜨거움과 찝찝함을 열심히 참았다는 증표일테니 우리 누구도 그걸 가지고 놀려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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