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당분간 코로나가 잦아들 것 같지도 않고 친구 한 명은 약국에서 일하기에 일정을 취소하고 만나서 밥이나 먹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10년 지기 이상인데도 한 번도 우리끼리 여행을 갔던 기억이 없다. PC방은 몇 백 번은 넘게 같이 갔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여행을 가봐야지. 다들 결혼하고 애가 생기면 모이기도 쉽지 않을거다.
오후가되며 날씨가 차차 흐려지더니 이내 비가온다. 전혀 4월같지 않은 추위와 강풍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가 없어진 영향이라는데 진짜인걸까. 확실히 예년 이맘 때면 들려오던 황사나 미세먼지 소식이 올해는 흔적도 없다. 역시나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국의 공장에서 뿜어낸 미세먼지가 원인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제보되고 있단다. 락다운으로 사람들이 집안에 갇히고, 도로에 자동차가 사라지면서 수십 년만에 먼지 없는 하늘이 목격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온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길 하고 길을 걷다가 PC방으로 향한다. 주말 낮에는 도무지 갈 곳이 없다. 술집도 모두 오픈 준비중이고 유일하게 갈 만한 곳이라곤 카페밖에 없다. PC방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고 한 좌석씩 띄어서 앉기를 권장하고 있다.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끼고 앉긴했는데, 그래도 불안하다. 우리 동네에 확진자가 없다고 여기가 안전할까. 날씨가 구려서 그런지 게임도 구리다.
저녁에 간단한 반주와 함께 친구들과 밥을 먹었다. 이제 친구들은 거의 다 취업을 했다. 다들 공기업이라 그런지 이야길 들어보면 워라밸이 아주좋다. 그 중 한 명은 이른 오후면 일이 끝나서 사무실에서 게임을 한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코로나 때문에 바로 현장 출근으로 업무 지침이 바뀌어, 오후면 일이 끝나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그날의 할당량이 있는게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하기 때문에 어떤 날 쉰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이 줄어들진 않는다. 그래도 지금 시국에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어떤 회사는 폐업을 하거나 직원 일부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고 한다. 무섭다.
구글 코드잼은 구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래밍 대회로 대게 수학 문제에 가까운 프로그래밍 문제를 해결하는 대회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앱을 개발하는 류의 대회는 ‘해커톤’이라고 부른다. 구글 코드잼은 그에 비하면 국제 수학 경시 대회라고 보면 되겠다. 구글 코드잼은 Qualification, Round 1, 2, 3 그리고 Onsite Final Round로 구성된다. 오늘은 그 중에서 Round 1A가 열리는 날이다.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 한 명이 오늘 이 대회에 참가했다. 친구는 꽤 오랜기간 면접을 준비했고, 내가 보기에 실력적인 면에서는 입사에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관련 경력이 없는 점이 문제다. 다행히 구글에서는 경력 사항이 없더라도 코드잼에서 좋은 등수를 기록하면 인터뷰 제안을 하거나 서류 단계를 통과시켜준다. 나도 코드잼 성적으로 서류와 전화 면접을 패스한 케이스에 속한다.
친구의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Round 1은 A, B, C로 3번 진행되는데 이 중 에서 한 번만 다음 라운드 진출 자격을 얻으면 된다. 경험 상 Round 1A가 가장 통과하기 힘들었는데, 친구는 쉽게 1A에서 진출권을 얻었다. Round 2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성적 같지만 좀 더 확실히 해두기 위해 Round 3에 진출하거나 Round 2에서 상위권에 들어주면 좋겠다. 친구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하게 되면 나는 추천인 보너스를 받게 되는데 그 액수가 상당히 행복하다.
어느 새부터 프로그래밍 바닥에선 인터뷰를 이런 코드잼 스타일의 문제들로 치르는게 유행이 되었나보다. 그 덕분에 나도 쉽게 이직할 수 있었고, 친구도 큰 부담없이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코드잼도 없었고, 인터뷰도 도메인 지식을 물어보는 쪽으로 무게가 잡혔더라면 아마도 이직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참 실력에 비해서 월등하게 운이 좋은 축이다. 뭐 운이 좋든 실력이 좋든 행복하기만 하면 뭐가 문제겠나.
2020. 4. 11. diary (한글) 코시국 모임, 구글 코드잼
합격왕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합격왕에 광고를 붙였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무려 4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광고를 시작하게…
반복적인 일상 매일 아침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이다. 주말은 가족을 보러…
Planning A well-structured plan has the following characteristics: First, the ultimate vision you aim to…
English The most common problem for English learners like myself is that we often use…
This website uses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