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느릿느릿 움직이던 시간은 금요일 저녁이 다가오면, 슬슬 스트레칭을 하다가 이내 사뭇 진지한 달리기 포즈를 취한다. 주말을 알리는 저녁 6시 종. 시간은 전력 질주로 다음주 월요일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주말의 54시간.
주말이 지나고나면 항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만큼이나 긴 시간인데 왜 주말이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지. 귀중한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보냈다는 죄책감에 대한 방어기제인가.
이런 한 주를 반복해가다보니 벌써 여기에도 50일이 넘게 머물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그 하루하루들이 너무 비슷해서 나는 그 시간이 마치 한 주 정도로 짧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건 조금 있으면 올해의 거의 절반이 지나버린다는 사실. 나는 소름이 돋는다. 시간은 단 한 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동안 나는 뭘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니. 존나 한심하다.
매일 똑같은 일에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삶에서 새로운 글쓰기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지금의 일상은 나에게 참 편하고 좋은 일상인데도 같은 음식만을 삼시세끼 매일 먹는듯한 권태와 지루함을 느낀다.
새로운 자극과 환경을 위해서는 익숙함과 편함을 포기해야한다. 안락한 현실에서 기어나와 좀 낯선 환경에 뛰어들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새로움에 대한 탐구는 썩 유쾌한 것들이 아니다. 대게의 경험들은 암석 속에서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골라내는 작업처럼 많은 실패들을 마주하는 일들이다. 나이를 먹으니 그런 불편함을 느끼는게 점점 더 싫어진다. 그래도 해야지.
2020. 4. 17. diary (한글) 주말은 평일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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