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7일 월요일 – 인생 잡화점

인생 잡화점

일기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란 그날의 특별한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사진이나 영상이 거의 대체해버렸지만. 나에게 인생이란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마주하는 여러 순간들로 채워져가는 진열장처럼. 그 순간들이란 실로 다양한 것이라 한데 모아놓고 보면 잡화점에 복잡스게 진열된 물건들 같다는 느낌을 받곤한다.

이따금씩 나는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만 문을 열어 물건들을 보여주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중에서 일부는 물건들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 신상품이 입고 될 때마다 가게에 방문해 살펴보기도 한다.

매일 새롭게 입고되는 물건들의 대부분은 평범하고 비슷비슷한 소재들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영감과 통찰력, 그리고 그날만의 특별한 감성을 부단히 뿌리다보면 조금씩 윤곽이 잡혀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이처럼 같은 소재를 가지고 빚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점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 그저 멋진 소재, 특별한 소재가 있어야만 우아한 뭔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그들 자신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이런 세태를 만들어낸 것은 아무래도 SNS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라오는 호화로운 일상이나 특별한 순간들은 그저 금덩이나 다이아몬드와 같다. 가공할 필요도 없이 단지 존재만으로 빛날 수 밖에 없는 것들. SNS는 이런 것들을 과도하게 노출시켜 사람들에게 금덩이가 없으면 별볼일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들이 가진 소재를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남들이 가진 감성이 나에게도 있는 척, 나에게도 멋진 통찰력이 있는 것처럼 이것저것 남들의 것을 모방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그렇지만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서툴게 합성된 사진처럼 어색한 모습의 짝퉁이 드러날 뿐이다. 그들이 가진 소재는 온전히 그들의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다.

오랜 세월 잡화점을 운영해온 사람으로서 드릴 수 있는 조언이란, 자신만을 위한 물건들을 만들라는 것이다. 유행을 따르고 남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악성 재고에 불과하다. 그 물건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실상 당신 자체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당신만을 위해 당신을 온전히 담아낸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물건들처럼 여전히 당신 곁에 있을 것이다.


2020. 4. 27. diary (한글) 인생 잡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