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필에 관심이 생겨 과외나 강의를 찾아보던 중에 문학 공모전이 모여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공모전 리스트를 보던 중에 곧 마감을 앞둔 문학 공모전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회차를 보아하니 신생은 아닌 듯한 문예지에서 주최하는 것처럼 보였고, 요구하는 원고 분량도 매우 짧았다. 몇 가지 수상한 점이 있긴 했다. 당선 발표일이 원고 마감일 바로 다음 날이라는 점과 일반적인 공모전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상금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 두 시간을 끄적여 짧은 글을 하나 써서 투고를 했다.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서. 그러다 문득 이 문예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검색을 했는데, 놀랍게도 바로 지난 달에도 동일한 공모전이 열렸던게 아닌가.
알고보니 이 문예지는 그 역사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고, 공모전은 창간 이래로 매 월 새롭게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니 ‘등단 장사’를 하는 문예지임이 확실해 보였지만 신간이라 투고가 적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거의 자기 최면에 가까운 한 줄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저녁이되어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고 혹시나 했던 불안은 역시나 하는 사실이 되었다. 메일은 작품 수상시에 등단을 희망하느냐는 내용이 주된 골자였는데, 호텔에서 열리는 등단식 참가비와 상패 및 문인회 가입비 등의 용도로 금액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첨부된 링크를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경로를 통해 등단아닌 등단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이쪽 바닥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나에겐 이 사건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학벌 세탁을 위한 대학원이나 공장처럼 수료증을 찍어내는 전문가 과정, 하루면 취득할 수 있는 민간 자격증 같은 것들에는 너무 익숙했지만, 문학의 영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이야.
어찌보면 사람들의 지적 허영을 잘 포착해낸 성공한 마케팅의 사례일 수 있지만, 그 허영심에 그만큼이나 사람들이 집착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다. 이솝우화 중 우연히 길에서 사자가죽을 발견한 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부는 그 모습에 속아 도망을 가지만, 결국 울음소리에 의해 양의 속임수는 들통나고 만다.
오늘의 우리는 남들의 알맹이를 일일이 들여다보기엔 너무 여유가 없어 껍데기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안된다고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된다고 말을 하고 싶은데도 사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2020. 4. 29. diary (한글) 등단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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