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석가탄신일, 내일은 노동자의 날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은 어린이 날로 오늘부터 최소 4일, 월요일 휴가를 쓰면 6일이나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앞으로 추석까지는 공휴일과 마주칠 일이 없단다. 여름 휴가를 기대하기에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어 있고,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도 갈 곳이 없다.
지금 날씨는 미세먼지 한 점 없거니와 서늘하고 햇살이 충만한 최상의 시즌.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어 눈치가 심하지도 않다. 그러니 이번 황금 연휴가 사실상 올해 휴가의 전부인 셈이다.
그 황금 연휴의 첫 날인 오늘 나는 동생의 모의고사를 감독했다. 오늘 동생이 치른 시험은 교육청 주관 고3 4월 모의고사다. 당초 3월에 치뤄지던 시험이었지만 코로나로 한 달 연기했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어 온라인 시험으로 대체되었다.
황금같은 연휴에 이러고 있는게 맘에 들진 않지만 여기 머무르는 동안에는 도와주는게 낫다. 성적은 딱히 오른게 없다. 앞으로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7개월. 이 안에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원채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기야 하겠지만 기대한만큼 성적이 나올지 의문이다.
동생의 시험이 끝나고 난 후에 아내와 친구 이렇게 셋이 만나 친구에게 취업턱을 얻어먹었다. 친구는 축협에서 축산 농가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업무 내용과 스케줄을 들어보니 워라밸 측면에서는 정말 최고다. 아쉬운 점이라면 급여 부분이다. 만약 친구가 별도로 축산업에 종사 하고 있다면 투잡 개념으로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텐데, 젊은 사람들이 큰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되긴 쉽지 않다.
저녁을 먹고 아내를 집으로 바래다 준 후 우리는 다른 친구를 만나 PC방으로 향했다. 집에서 하면 아무래도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끊겨서 좀 짜증날 때가 있는데, PC방은 그럴 일이 없다. 요즘은 ‘PC토랑’이라고 해서 PC방이 마치 음식점인 것마냥 오만가지 음식을 다 팔아서 정말 작정하고 PC방에서 하루 종일 있으려고 하면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으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이 음식 퀄리티가 장난이 아닌지 요즘은 배달의 민족의 음식점 리스트에도 ‘XXXX PC방’이 올라와있고 실제로 주문도 할 수 있다. 이쯤되면 PC방 알바가 참 극한직업이다.
내일 일정이 없었다면 좀 더 오래있었을텐데, 내일 오전에 아내와 호캉스를 떠난다고 비교적 빠르게 집으로 귀가했다. 난 몇 살이 되면 PC방을 끊을 수 있을까. E-Sport의 역사도 이제 20년을 넘기다보니 10대 중심이던 PC방이 3,40대의 아재들도 쉽게 드나드는 곳으로 컨셉이 바뀌었고 어떤 곳은 20대 미만의 출입을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마 내가 나이를 더 먹더라도 나이 때문에 PC방에 출입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황금 연휴의 첫날은 평범한 주말과 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2020. 4. 30. diary (한글) 황금연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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