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안쓰다보니 지난 2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생활에는 어떤 큰 변화도 없다. 나는 계속 고향에서 재택 근무 중이며, 3월까지 진행했던 면, 튀김 안먹기 챌린지가 막 끝나 신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유일한 업데이트다.
날씨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날이 갈수록 새로 피어난 꽃으로 풍성해져가는 공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인 것마냥 생동감을 뿜어대고 있다. 이런 좋은 계절은 길어야 앞으로 2주나 3주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아는지 공원에 산책을 나온 인파가 많이 늘어났다.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코로나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쟁과 불만들이 오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올해 매출이 피해를 봤는데, 선정 기준이 작년 소득액인 것에 대해 불만이다. 나는 소득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발하는 것에 매우 불만이다. 아직 집이 없는 우리 부부는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지금 소득을 10년을 모아도 한참이 부족한데, 우리보다 소득은 적지만 집이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건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에서 무엇이 옳은지는 순전히 가치 판단의 문제다. 보편적 복지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단점을 가지고, 선별적 복지는 선별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소모되며 부정수급자들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소득을 누락해 각종 지원의 대상이 되는 부정수급자들은 잡아내려고 해도 그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근절이 불가능하다.
월급 날마다 꼬박꼬박 세금을 바치는 입장에서 이런 불공정함은 나로 하여금 피같은 내 돈이 얌체같은 사람들에게 강탈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이걸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세금은 내가 더 많이 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배제되는 것에서 느끼는 박탈감도 썩 좋지 않다.
문득 서울의 집 상태가 궁금해진다. 이번 달에 결혼식이 있어 올라가기는 해야하는데, 혹시나 방에 벌레가 들끓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이든다. 사놓은 식품들도 많아서 좀 가져오면 좋을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올라가 방 상태를 확인하고 청소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안타깝다.
2020. 4. 5. diary (한글) 일상,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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