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6일 월요일 (아침 운동, 크리에이터 클럽, 롤 중독)

아침 운동

오늘부터 ‘무조건’, ‘반드시’ 아침 7시에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일어나서 동생의 전날 공부 상태를 체크하고, 잠시 멍을 때린 후에 아침을 먹고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헬스장에 갈 수 없기에 집 근처 해반천을 따라 걷는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더더욱 사람이 없다.

이 길을 걸은지가 햇수로 20년이 훌쩍 넘었다.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해반천 길 너머의 풍경은 참 많이 달라졌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만해도 이 풍경 속에서는 딱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도서관만 있었다. 그때의 해반천은 복구전의 청계천마냥 악취가 들끓었고, 산책로도 없는 비포장도로였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 우리 시에 처음으로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지금에야 별스레 크지도 않은 것으로 느껴지지만 당시만해도 주말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여름철 하교길이 너무 더울 때 우리는 이 마트를 지나가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기도 하고, 물도 마시고 물건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멀티 플렉스도 들어오고, 스포츠 센터가 생기고 전철도 들어왔다. 스무 살의 힘든 재수 시절. 모의고사를 보고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순간. 꾸준히 수영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던 시간. 전철을 타고 부산까지 시험을 보러갔던 추억들이 여기에 있다.

나는 좀 더 나이를 먹었고 그 때는 백화점과 호텔이 생겼다. 그 백화점에서 결혼식 예복을 맞추고, 그 호텔에서 내 결혼식을 했다. 참 신기하다. 내 삶에 이렇게나 많은 고향의 흔적들이 있다는 것이. 스물 한 살 이후로 고향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3년에 불과한데도 아직까지 내 삶의 정서는 이 고향에 꾸준히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고향에서 남은 평생을 보내는 것도 나는 썩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너무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왠만큼 필요한 기능들은 다 모여있는 도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나 특이한 취미 생활이 없다면 사실 서울과 별만 차이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이렇게나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물리적으로 이 곳에 남지 못하는 건 순전히 직장 때문이다. 지금의 직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고향에는 마땅치 않다. 이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크리에이터 클럽

크리에이터 클럽은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소셜 살롱으로, 8명 규모의 클래스의 인원이 2주 단위로 모여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번 시즌은 2월에 시작했는데, 시즌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나는 거의 모든 회차에 불참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크리에이터 클럽의 마지막 모임날이었다. 마지막 모임이기도 하고 상황이 안정세로 들어서기도 해서인지 대부분의 멤버가 참석했다. 나는 계속 고향에 있기 때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겨우 두 번밖에 참여하지 않은 모임이라 시즌이 끝나도 사람들과 따로 연락할 것 같진 않다. 내가 괜히 자리만 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언젠가 상황이 괜찮아진다면 새로운 시즌을 해볼 수 있겠지.

롤 중독

요즘엔 저녁마다 롤을 한다. 안하기로 했는데. 스스로 욕하면서도 롤을 하고 있다. 하루가 빛의 속도로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을 하다가 아내가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롤을 하다가 잠들어버린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그렇다고 내가 롤을 하면서 그다지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나 소모적이고 자기 학대적인 일인지 알면서도 이 패턴에 빠져있는게 참 못났다.


2020. 4. 6. diary (한글) 아침 운동, 크리에이터 클럽, 롤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