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9일 목요일 (롤 과외)

롤 과외

요즘 점점 더 롤에 빠져들고 있다. ‘과외’를 받으면 좀 더 빨리 실력이 늘까해서 구글 검색에서 한 사이트를 찾아 과외를 신청했다. 무슨 게임에 과외까지나 필요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이건 PT를 받거나 영어과외를 받는 것과 다를게 없다. 어떤 부분의 실력 향상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는 것이다.

과외 방식은 2가지가 있다. 강사가 팀원으로 합류해서 같이 플레이를 하고, 게임이 끝난 후에 내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 있고, 강사없이 혼자 플레이하는 화면을 강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지도를 받는 방식이 있다. 앞의 방식은 한 판에 6천원, 두 번째 방식은 시간 당 2만원이다.

일단 가격이 싼 첫 번째 강의를 5판 예약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될지 매우 기대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강의 시간이 되고 접속을 하니 게임 초대 메시지가 왔다. 강사의 아이디도 내 티어(랭킹)와 비슷한 티어로 맞춰져있었다. 계정의 게임 기록을 보아하니 자신의 계정은 아닌 것 같고, 대리 게임을 해주는 계정으로 보인다.

대리게임은 말 그대로 남의 게임을 대신 해주는 걸 말한다. 이번에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이었던 정의당 후보자가 문제가 되었던 그 대리게임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티어(랭크)가 게임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해서 그렇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바둑 대회나 문학상이나 수능 시험에 내 이름표를 달고 다른 사람이 대신 참여해주는 것이다.

대리게임 유저를 상대편으로 만나게되면 높은 확률로 게임을 진다. 30분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내야한다. 대리게임 계정의 주인이 플레이를 할 때는 자기 티어에 맞는 실력을 내지 못하니 같은 편이 고통받는다. 정말 민폐다. 자신의 티어에 맞는 사람들과 매칭되어 게임을 하고 열심히해서 승리를 하면 높은 티어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대리게임은 이런 생태계 원리를 망치는 일이며 법으로도 금지되었다.

여튼 이 강사들은 대리 작업을 해주는 동시에 코칭도 진행하면서 수입을 더블로 올리는 모양이다. 어쩐지 가격이 한 판에 6천원인게 너무 저렴하다 싶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딱히 피드백이랄게 없었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피드백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게임이 끝난 후에야 간단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냥 엄청 잘하는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한 것 뿐이다. 그 사람의 영향력이 너무 큰 나머지 전체 게임이 쉽게 풀려버려 내가 뭘 잘했다고 하기가 우스운 상황이다. 아무래도 이 방식으로 실력이 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시간으로 화면 공유를 하며 피드백을 받는 방식은 어떤지 궁금하기는 한데 일단은 나중에 시도해볼란다. 강사의 플레이를 보고 느낀점은 피지컬이 일반인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마치 운동 선수 출신과 일반인의 차이처럼 반응 속도나 마우스 컨트롤 같은 건 아무리 내가 노력해더라도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 문득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라도 열심히 해둔 것이 다행스럽다. 괜히 게임에 빠져서 프로게이머라도 한다고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2020. 4. 9. diary (한글) 롤 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