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집계된 서울 확진자 수를 보니 일단 한 주 더 고향에 머무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문제의 시발점이된 클럽은 3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다고 하니 이번 사태는 신천지와 달리 전국이 타겟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접할 허탈감과 분노는 얼마나 클까.
SNS에서는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챌린지에 참여하고 모임을 자제하며 의료진을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챌린지는 SNS에 올릴 하나의 깨시민 코스프레 컨텐츠에 불과하다. 나도 이번 연휴에 호텔 수영장에 다녀왔으니 그 병신들 중 하나다. 코로나에 걸려 죽었어도 할 말이 없지.
이번 사건 이후로 동성애자 혐오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모 방송인이 오랜시간 바꿔온 이미지가 바닥을 치는데는 딱 하루가 걸렸다. 접촉자들은 커밍아웃을 두려워해서 더 자신을 숨기고, 그에 대해 더 비난 여론은 강해지는 끝없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나는 커밍아웃으로 인해 겪을 고통을 짐작 할 수 없기에 접촉자들이 숨는 것을 비난하지는 않지만, 당국이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는 것은 직무태만이라고 본다.
동선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을 가진 이들과 그들의 가족의 생존권은 인격권보다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동선 공개의 취지를 망가뜨리는 이들이 있다. 확진자 동선을 가지고 2차적인 정보를 생산해내는 언론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다. 확진자의 사생활을 추론하고 확대 생산하며, 악플을 달아대는 인간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전혀 감이 없는 듯하다.
사회 분위기가 확진자와 그 가족의 신상을 털어내서 씹어대는 분위기라면 어떤 정신나간 놈이 나 확진자요 하며 자발적으로 나타나겠나. 어차피 처먹을 욕인데 끝가지 버티다가 죽겠다 싶으면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것인가. 도움도 안될 분노를 원초적으로 인터넷에 표출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저능하다는 걸 깨달아야한다. 너무 저능한 나머지 자기가 죽는 순간까지도 모를 수 있겠지만.
2020. 5. 10. diary (한글) 혐오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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