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글)

2020년 5월 14일 목요일 – 인터넷 우울증

인터넷의 발전

인터넷은 90년대생인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되어, 2000년에 들어서서는 TV를 제치고 정보 전달 매체의 메인이 되었다. 종이 신문과 방송으로 전달되던 뉴스도 트렌드를 따라 서서히 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겨가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모바일이 급부상하면서 인터넷 접근성이 훨씬 높아져 언제 어디서든지 몇 초안에 네이버 메인화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처럼 2010년이 접근성 혁신의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공급의 혁신이 일어난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무선 통신망은 3G에서 LTE와 4G를 거쳐, 5G로 진화했고 데이터 제한과 속도의 제약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의 전송이 원활해지면서 유튜브나 각종 SNS의 영향력이 급상승하며, 이 과정에서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언론이라는 권력이 드디어 대중에게도 개방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중계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자기 앞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한 1인 언론은 존재했었지만, 대형 플랫폼을 통해 하루 아침에 기존 언론사를 능가하는 채널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는 지금부터라고 보는게 맞겠다.

초능력의 시대

사람들은 이제 영화 ‘브루스 올 마이티’의 주인공처럼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신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아이언맨처럼 높은 기술력을 통해 초능력을 가진 존재들과 대등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 초능력은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거대 언론은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하여 보도를 취사 선택하거나 함부로 오도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묻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그 동안 숨겨져왔던 사회의 썩은 부분들이 보이는 것이다.

기득권의 갑질, 노동착취, 차별, 성범죄, 청소년 범죄 등등 우리 사회의 미비한 부분들이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대중의 분노는 여론으로 기능하여 사법당국과 입법기관에게 영향을 미쳐 사회 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자극적인 것이 잘 팔린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큰 역기능도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중의 만성 우울증이다. 언론의 권력이 대중에게 옮겨간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대중은 자극적인 정보에 끌린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청자 수를 확보하고 높은 영향력을 가지려는 경향은 1인 매체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흔히 어그로를 끈다고 하는데, 어그로 제일 좋은 재료는 당연 분노를 유발 컨텐츠다.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인터넷은 부정적인 뉴스나 폭로전이나 논란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모든 나쁜 놈들이란 나쁜 놈들은 다 있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세상은 범죄자소굴이다. 다른 사람에게 내 이름 하나 알려주는 것도 두렵고, 모든 돈을 집 안의 금고에 보관한 다음 지하 벙커에 묻어둬야 할것처럼 불안하다.

세상에는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한 이슈가 끝나고 나면 또 다음 이슈가 나온다. 마치 끝나지 않는 로봇 만화 영화와 같이 하나를 해치우면 또 하나가 나타나는 식이다. 하루에 하나씩 처리한다고 해도 내가 죽을 때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조리에 하나하나 분노하는건 참 진 빠지는 일이다. 사회 정의는 없고 열심히 노력하는게 바보짓처럼 여겨진다. 부모 잘만나지 못한게 한스럽고, 꾸준히 열심히 해봐야 크게 사기나 한 탕 치는 범죄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분명히 나쁜 놈들은 없어지고 있는데 사회는 변하는 것 같지도 않고, 더 짜증만 치솟는다.

인터넷이 세상을 만든다

사실 세상이 꼭 그렇게 삭막하지는 않다. 더러운 범죄자나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에 비해 선량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의 수는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그런 소식들은 양념 하나 입히치 않은 닭가슴살 마냥 심심하기 때문에 누구도 관심가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가 지속된다면 인터넷이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수 있다. ‘공정’이나 ‘정의’나 ‘희생’이라는 가치에 대해 ‘지켜봐야 나만 병신이 되는 위선자들이 착취를 위해 만들어낸 쓰레기같은 단어’라는 여론이 다수가 되는 세상이 온다면 세상은 정말 그렇게 변해버리고 말 것이다.


2020. 5. 14. diary (한글) 인터넷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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