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휴일이다. 코로나 사태도 있고 올해 5월 22일을 전세계 오피스의 휴일로 지정했단다. 불안한 시국에도 흔들리지 않고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한다.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오늘은 이불 빨래를 하고, 헬스장을 가고, 집안 청소를 하고 회사 일도 약간 했다. 정말 간단한 것까지 포함하면 영양제와 비트 즙 하나 먹은 것도 나름의 업적이다. 집에 커피가 한가득 쌓여있어서 당분간 커피를 하루에 한 잔은 먹겠다.
7월부터는 다시 모임에 참여해보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참여도 해보지 못한 크리에이터 클럽도 다시 해보려고 하고, 트레바리도 신청했다. 둘 다 유료 멤버십이라 돈이 좀 들었는데, 나름의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이 모임들을 제외하면 사실 내가 회사밖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다.
5월의 두 번째 헬스장 출근에 성공했다. 다시 PT를 신청해보려고 한다. 코로나 전까지는 열심히 헬스를 갔는데, 고향에 내려가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올해의 반이 지나갔고 체중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왔다. 허무함이 밀려온다. 예전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저녁에는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동기들과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인생은 끊없이 경쟁해야하며 그 경재에서 승리해야 겨우 자리보전을 하는 정도인 것처럼 보인다. 일단 현직에 있다면 승진에 목맬 수밖에 없는 30대가 되었다.
승진은 정말 바늘구멍과 같다. 심사승진은 경찰청처럼 정말 힘든 곳에서도 힘든 자리에 있어야 노려볼 수 있다. 시험 승진을 위해서는 사격, 체력, 근무 평가까지 고려해야한다. 같은 부서에 동계급의 윗 호봉들이 차 있으면 근무 평가는 좋을 수가 없다. 그 평가를 잘 받고도 1년을 꼬박 공부해야한다.
그 승진을 해놓고도 요즘은 경감의 가치가 예전만 못해 힘들다고 한다. 물론 경위와 비교하면 워라밸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좋다고 한다. 다만 공무원 특성상 벌이가 정말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로스쿨이나 고시, 이직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로스쿨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코스다. 일단 경찰대 경찰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형사사건에서 매우 큰 메리트로 작용하는것 같다. 아무 경력없이 바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것보다 실제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검사출신 변호사에는 미치지 못해도 시장에서 경쟁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 길도 점점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우선 로스쿨의 입학 기준이 높아져서, 예전에는 LEET만 높으면 SKY 로스쿨에 가는 것이 쉬웠지만 요즘은 거의 힘들다고 한다. LEET 퍼센트 자체를 잘 받는 것도 갈수록 응시자 수가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변호사 자체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고,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의 수도 제법 늘어나면서 경위 출신 변호사의 메리트는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수사 경력이 있는 경감 출신 변호사의 메리트가 커져 경감 중에서도 로스쿨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직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경쟁력과 노후 직업을 위해 로스쿨에 가기도 한다.
거대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라고 해도 그 워라밸은 참 좋지 않아 보인다. 어떤 로펌은 실수령으로 1억을 맞춰준다고 하는데, 집값 10억이 우스운 시대에 밤낮없이 일하고 1억은 그간의 노력이나 역량에 비하면 너무 짠 것 같다.
예전에는 파트너를 기대하고 버틸 수 있었다지만, 로스쿨에 있는 처남을 보면 이제 그 비율이 우리가 경찰대에 입학해서 총경이 될 수 있는 비율보다도 낮다고 한다.
동기들 모두 수능에서 1% 정도에는 쉽게 들어갈 성적을 받았고, 30대가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그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살면서 본 거의 모든 시험에서 상위 1% 내에 들어왔던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가성비가 없다면, 그렇지 않은 99%의 2030세대의 인생은 어떻다는 말일까.
시험을 잘 봐온것만이 좋은 인생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가성비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 아닌 세대가 아닌가.
2020. 5. 22. diary (한글) 가성비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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