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어떤 목표를 가진다는 건 내 삶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딱히 목표가 없는 날의 나는 그저 하루 종일 인터넷 뉴스나 게시판을 들락거리면서 24시간을 보내는 잉여의 표본과 같다. 경험해보면 알겠지만 그런 건 딱히 휴식처럼 피로한 심신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말 내내 잠에 빠져있는게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장기적이고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는 걸 좋아한다. 어떤 현실적인 목표, 예를 들자면 서울대에 입학하는 걸 인생의 목표로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이 목표가 실패했다고 해서 남은 인생 전체가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기적인 목표에 너무 중점을 두게 되면 그것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이런 함정에 빠질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나 또한 서울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했다. 당시에는 인강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울대를 나와야 한다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병신같은 말이지만 벤처/스타트업에서 성공을 이룬 CEO들 중 서울대 출신이 많은 것도 사실이긴하다.
어쨌거나 서울대를 나와야만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건 아니다. 잘못된 가정을 하고 단기적 목표를 인생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되지만 나머지 모든 선택지를 눈앞에서 지워버린다는 문제가 있다. 너무 몰입하면 남은 인생 전체가 쓸모없어진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매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수험생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떤 영화의 해피엔딩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인생은 계속되는 것처럼 (결혼식처럼), 새드엔딩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이후의 인생은 계속 이어지며 그 모든 여정이 고통뿐이라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다.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는 여러가지 일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 대학 입시란 경쟁 방식과 전형이 공개되어 있어 변수가 적지만 적어도 사업은 변수가 비교될 수 없을만큼 많다.
그래프 탐색 문제를 풀어보면 알겠지만, 시작점 S에서 종료 지점 T로 도달하는 길은 수도없이 많다. 우리 인생은 수도없이 많은 노드로 이루어진 그래프와 같고, 우리는 그 중의 극히 일부분을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다면,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서울대에 가는 것은 그 중간의 경유 지점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서울대에 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수도 없이 많은 다른 지점을 통해 우리는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 있다.
2020. 5. 27. diary (한글) 길은 항상 다양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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