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일 일요일 – 연휴의 끝은 항상 허무하다

연휴 마지막 날

오늘이 벌써 휴가 마지막 날이라니 실화인가. 휴가동안 내가 한 일이라곤 호캉스를 제외하면 게임밖에 없는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허무하다. 오늘은 일어나기도 점심에 일어나서 하루가 짧다. 점심 약속이 있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점심 훠궈

오늘 점심은 대학 동기와 먹었다. 동기는 올해 경감으로 승진했는데, 나이 서른에 경감이면 조직내에서 부러운 사람이 거의 없다. 지방에서는 경감만 되더라도 실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니 주취자나 민원에 시달리는 일상과도 안녕이다. 내가 경감이었으면 이직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경감만 되어도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넘겨두고 그냥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내가 자주하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훠궈를 먹었다. 내가 마라탕을 먹어본 적은 없는데, 이 마라탕이 훠궈와 같은 국물을 쓴다고 들었다. 이 국물은 신기하게 국물만으로는 얼큰하지도 하고 맵기만한데, 야채나 고기를 여기에 담근 후 건져먹었을 때 그 스며들어있는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흰색 국물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고, 빨간 국물이 정말 맛있다. 혀가 얼얼하다.

AI 변호사

한 두시간 정도 법률 시장에서 AI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나는 수사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어떤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어떤 부분부터 AI로 대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 만약 AI를 개발한다면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이 필요하겠지.

판례를 학습하고 재판을 학습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한데, 모든 판결문이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사건 같은 증거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는 경우도 고려해야겠다.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는게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니다. 동문 중에 변호사가 많기 때문에 언젠가 실현할 수 있는 일이다. 부자가 되어 강남파이낸스센터를 현금으로 사고 싶다.

저녁 식사

저녁에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오늘 식사 장소 선정에는 에러가 있었다. 룸이 있는 줄 알고 예약을 잡았는데 가게에 룸도 없었고 예약 시간도 잘못 기록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홀에서 식사를 했는데, 하필 동호회인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시끄럽게 회식을 한 판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모임인지는 몰라도 참 저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하지 않을 상스러운 말들을 고성을 지르면서 뱉어내다니. 다시는 이 동네에서 예약을 잡지 않을 생각이다. 다행히 부모님들이 음식 맛은 괜찮아하셔서 식사 자리를 완전히 망친건 아니지만 미리 룸이 있는지 확인해보지 못한 건 여전히 아쉽다. 이런 자리가 일년에 많아야 세네번이니 다음 번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2020. 5. 3. diary (한글) 연휴는 왜 항상 빨리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