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클럽 2번째의 모임에 나갔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정말정말 재미가 없다. 내가 남에게 무신경해진걸까. 예전에는 대화에서 나의 강점이 듣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전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원래부터 소질이 없었는데, 이제 더 이상 참기 힘든걸까. 이상하다. 직장 동료나 대학 동문이나 대화를 나는 진짜 좋아하는데 여기는 정말 피곤하고 재미가 없다.
나는 예전에 좋은 대화 기술이란 상대가 신나서 말할만한 좋은 질문과 토픽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랜만에 그 생각이 들었다. 이 모임에서 나는 상대방이 뭔가 이야기 할 때 어떤 질문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정말 흥미가 없어서 이 자리에서 내가 왜 시간을 날리고 있는지 현타가 온다. 단순히 코드가 맞지 않는거라면 좋겠다.
그래도 꾸역꾸역 모임이 끝나고 뒷풀이를 따라갔다. 차라리 술을 맘껏 마실 수 있으면 이 분위기가 좀 더 나아졌겠지. 그렇지만 난 다이어트 중이라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예외를 두는 순간 모든게 무너진다. 그렇다고 아예 안마실 수는 없어 맥주를 한 병만 시켜서 PT 선생님께 보냈다.
퇴근 중인 선생님으로부터 즉시 전화가 왔고, 딱 한 병만 먹기로 약속을 했다. 오늘 술자리는 내 생에 가장 재미없는 술자리였다. 술을 안 마셔서 그런가. 퇴임 직전의 경무관이랑 술을 마셔도 이것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안주는 손도 대지 않고, 맥주는 반 병만 먹었는데, 살면서 술자리에서 이렇게 적은 술을 먹어본 적이 없다.
나는 술이 들어가야만 유쾌해질 수 있는 사람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대학 동문이나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렇지 않다. 물론 나는 초반에 낯을 엄청나게 가리며, 그 초반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취했다면 좀 더 괜찮아졌을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능력. 술에 의존하지 않고 그 초반의 어색함을 벗어나는 것.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자리는 너무 노잼이었지만 그래도 술에 기대지 않고 끝까지 자리에 참석한 것과, 술을 먹지 않았다는 건 스스로 칭찬할 만 한 일이다.
2020. 7. 17. diary (한글) 술 없는 뒷풀이는 개노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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