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화요일에 미국에 도착해서 맞는 두 번째 주말이다. 가끔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맑다. 들은 바에 따르면 이 지역은 산들이 감싸고 있는데 낮은 산은 해안을 향하고 있고, 높은 산이 그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높은 산의 고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비구름이 산을 통과하지 못하고 반대편에서 소멸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쪽은 눈이 잘 내린다고 한다. 내가 정확하게 알아들은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이 지역이 항상 맑은 이유가 대충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밤에 잠을 자다가 무슨 진동을 느껴서 일어난 적도 있다. 다음 날에 물어보니 이 지역은 가끔 작은 지진이 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진이 일어났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 뭔지 모르겠다. 한국은 워낙 지진에 민감하고 대충 ‘지진희 갤러리’라도 들어가면 알 수 있는데, 여기는 땅 덩어리도 워낙 크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월요일에 아파트 입주를 했다. 입주 전에 ‘PG&E’에서 가스와 전기를 가입하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아파트는 가구가 하나도 없이 텅 비어있는 곳이다. 아내와 지난 주에 IKEA (여기에서는 신기하게 아이케아라고 말하더라) 홈페이지에서 열심히 가구를 다 골라놨는데 알고보니 거의 다 Out of stock이다. 겨우 재고가 있는 것으로 골랐더니 코로나 때문에 또 배송을 안한다고 한다. 빡쳐서 Wayfair로 사이트를 옮겨 골랐다.
여기도 빠르게 배송이 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소파 베드의 경우는 가장 빠르게 오는 시간이 1월 중순이다. 우선 11월 초순까지는 호텔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여유는 좀 있는 편이다. 여기도 조립 대행 서비스는 있는데 가격이 많이 비싼 편이다. 일단 물건도 내가 어떻게든 내 집까지는 가지고 가야하는 모양이다. 내가 서비스를 못찾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이 이런 점에서는 참 편하고 좋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단기 여행자가 아니라 장기 거주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의 경우 10일까지만 국제면허가 인정된다. 차를 엄청 오래빌렸는데 겨우 10일만 쓰고 정지상태로 두고 있다. Early return을 한다고 딱히 환불해주지는 않아서 그냥 두고 있다.
Santa Clara DMV에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보러갔다. 그냥 구글에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 2021’ 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문제를 대강 200개 정도 풀고 갔는데 한 3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봤던 문제가 그대로 나왔다. 필요한 서류와 절차는 이 블로그에 잘 나와있다.
아침에 가면 바깥에 Non-appointment랑 Appointment가 있는데, Non-appointment로 가면 서류와 접수 코드를 보고 거기에 내 예약번호를 알려준다. 실내에는 26개나 되는 안네 데스크가 있는데 앞의 대형 스크린에서 내 번호랑 맞는 창구를 알려준다. 그냥 은행과 같다. 필기 비용은 35불인데 신용카드나 삼성페이도 다 받아준다.
간단한 시력검사를 창구에서 같이 실시하고, 이게 끝나면 C라인으로 가라고 한다. 가서 사진을 촬영하고 난 후에 시험을 보러 가면 된다. 컴퓨터들이 여러대가 있고 그냥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내 지문(내 경우에 오른 엄지였음)을 찍고 시험을 시면 된다. 틀려도 3번까지인가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론 시험 합격 메시지 이후에는 추가 시험 응시하기를 눌러서 표지판 시험을 응시해야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직원한테 다시 가면 뭘 준다는데 내 경우엔 안줬다. 내 비자가 SSN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SSN을 받은 후에 다시 오면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의 기록은 여기에 저장되어 있으니 SSN을 발급받은 이후에 다시 오면 해준다고 했다. 꼼짝없이 11월 중순까지 기다려야한다. 11월 4일이 인터뷰니 그 이후의 2주를 잡고 또 그 이후에 실기를 예약하고 시험을 보고 면허를 받으면 최소한 12월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우버를 타야겠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비싸다. 전기차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Tesla 자동차 중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것도 12월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인기있는 모델은 내년 8월이나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Porche는 신기하게 여기에서 가격이 싼 편이다. 그래서 길거리에 많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마칸 가격이 $52,000부터 시작한다. 그래도 비싼 가격에 부품까지 생각하면 부담되는 가격이다.
Genesis는 괜찮아 보이는 선택지인것 같다. 일단 GV70이 $41,000 정도인데, 월납으로 할 경우에는 그래도 부담이 좀 덜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국산차에 속하기 때문에 혹시 나중에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더라도 세금을 좀 덜 낼 수 있다. 일단 내일 오전에 테스트 드라이빙 일정을 잡아두었다. 아직 내가 SSN도 없고 면허도 없어서 뭐 될지는 모르겠다.
방에서 딱히 할게 없다. 근처에 PC cafe를 찾아봤는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 시절에나 있을 법한 것들 밖에 없다. 여기가 쌉시골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곳도 한 시간에 5달러가 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게임을 하지 않고 네이버에서 롤드컵 영상이나 본다. 실시간 중계는 IP가 막혀서 VPN이 없으면 보기 힘들다. 녹화 영상은 IP 제한이 없는데 경기 후 1시간 정도면 업로드 된다. 보다보면 확실히 한국팀과 외국팀의 수준차이가 롤알못인 나에게도 보인다. 대회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영어는 아직도 잘 안들린다. 그나마 회사에서 일할 때는 개집중을 하면 업무랑 관련된 건 좀 들린다. 사람마다 억양이 다르고, 흘려서 말하기 때문에 알아듣는게 쉽지 않다. Dictation 연습을 해야한다. 어차피 12월까지 차도 없어서 놀러갈 일도 없으니 주말에라도 좀 공부를 해야한다.
먼저 넘어와서 정착하신 분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가장 먼저 오신 분은 3년이고, 다른 두 분은 10개월 정도 되셨다. 세 분 모두 다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계신 것 같다. 현지 적응에서 가장 신경써야 될 부분은 배우자의 적응인 것 같다. 영주권을 빨리 신청해야 배우자도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덜 겪는 것 같다.
자녀가 자라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일단 중등 교과 과정에 편입되게 되면 한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입시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학생부 종합평가로 옮겨가는 것처럼 이곳도 SAT를 보는 학교가 줄어간다고 한다. 고등학교의 등급이 학교 내의 입시 컨설턴트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이곳도 학비는 미쳐 날뛰는 수준인데, 사립 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등록금이 대충 2억 정도 된다고 한다. 정말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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