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1년 11월 7일 일요일 – Mountain View 생활 4주차

비오는 날

이곳의 평소 날씨는 그렇게 맑다고 소문이 났지만 11월이 되고 날이 쌀쌀해서인지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한다. 특히 주말에 자주 비가 내렸는데, 이번 주에는 월요일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도 없고 차도 없어서 그냥 집에서 일했다.

미국에서 가장 싼 음식은 햄버거인 것 같다. 한식은 김밥 한 줄이 16달러에 세금과 팁을 같이 계산하면 20달러가 넘는다. 시켜본 적이 없어서 크기는 모르지만 김치찌개나 볶음밥을 배달 시켰을 때 양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시킨것과 같거나 더 적을 것 같다. 맥도날드를 시켰는데, 시킨 메뉴 중에서 절반이 안왔다. 이제는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환불

Wayfair의 시스템은 정말 알 수가 없다. 7차례나 보낸 메일이 모두 무시당한 다음, 직접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매우 불친절한 목소리의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 이미 나도 짜증이 끝까지 올라있었기 때문에 나도 불친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 놈의 소파를 환불해달라고 하니 주문제작 상품이라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니 시발 주문한지 이틀 밖에 안됐을 때 환불을 해달라고 말했는데 거의 2주가 시발 다 지나서 지금 이미 제작중이라고 하면 이게 내가 진상인건가. 여튼 소파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기로 생각하고 다른 물건이 안왔다고 했더니 그건 다시 보내준다고 한다. 이 간단한 처리를 메일로는 왜 계속 씹었을까.

더 어이없는 일은 저녁에 일어났다. 소파가 주문 취소 처리가 된 것이다. 그 상담원이 주문 제작을 운운하면서 나에게 구라를 친 것이라고 본다. 시발놈들. 그리고 분실되었던 물건도 오늘 저녁에 도착했다. Fedex의 일처리는 진짜 병신같다. 진짜 진짜 병신같다. 그래서 Wayfair에 이 상품 오늘 도착했으니 물건 새로 보내줄 필요가 없다고 다시 주문 취소를 넣었다. 이미 발송했다고 거절되었다. 이 새끼들은 아예 설명 자체를 안읽는게 분명하다. 사람 새끼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인가 싶다.

스팸

SSN이 안나왔기 때문에 현재 나는 거의 모든 전화를 다 받는다. 스팸 차단 앱을 깔았는데 뭐 때문인지 제대로 동작하지를 못한다. 개인정보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최근에 Steeve Creek의 제네시스 매장을 한 번 다녀왔는데 그 이후로 Bay Area에 있는 거의 모든 현대 & 제네시스 매장에서 스팸 전화와 메일을 받았다.

진짜 이놈들도 시발놈들인게 사이트에는 MSRP라고 소비자가격만 존나 싸게 붙여놓고 실제 매장에 가면 훨씬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진짜 개빡치는 일이다. 그래서 아예 제네시스를 살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계속 전화가 오니까 진짜 빡친다. 이메일도 정말 여러통을 받았다. 모두 다 차단했다. SSN과 DMV가 나오고 난 후에는 모르는 번호는 이제 안받을 생각이다.

백신 증명서

오피스 내에서 백신 접종이 완전히 의무화가 되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오피스 뿐만이 아니라 식당을 포함한 시설들에 들어갈 수 없다. 입구에서 백신 접종을 확인받은 다음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인증을 받아놓은 것이 없어서 진짜 애를 먹었다. 지난주에 다운받은 증명서는 노트북에 있고, 사진을 아무리 뒤져도 핸드폰에 없어서 네이버 QR 코드에서 받은 확인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한 다음에야 겨우 들어갔다.

나중에는 오피스를 방문해서 제대로 된 접종 증명을 받고 배지에 증명 표식을 부착해서 이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배경은 잘 모르지만 확실히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패널티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고, 실제 사망자도 있지만 접종률이 높은 걸 보면 정부에 대한 믿음이 더 큰 것 같다.

카트

생각보다 집에 새로 들여놓는 물건들이 많다. 한국에서 보낸 물건들은 3달은 지나야 도착한다고 하니 당장 다음 주부터는 호텔에 나와서 살아야 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많다. 아마존이 진짜 좋은게 하루 배송은 안되더라도 3일 정도면 도착한다. 왠만한 물건들도 다 있고 사용하다 보면 Coupang이 완전히 아마존의 한국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환불 정책도 정말 깔끔하다. 이번에도 주문한 향수 하나가 아예 배송이 안되었는데, 고객 센터에서 직접 상담원을 거칠것도 없이 챗봇을 통해 바로 환불이 가능했다. 뭐든 시발 하나 시키면 한 번에 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 정말 편리한 서비스다. 택배를 미친듯이 시키다보니 일일이 집까지 나르는 것도 너무 힘들고 박스를 버리는 것도 너무 빡세서 카트를 하나 구매했다. 아파트 공용 카트도 있긴한데 미친듯이 크거나 미친듯이 작은 모델만 있고 그마저도 누가 항상 쓰고 있는지 잘 없어서 그냥 하나 샀다.

매 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까지 물건을 가지고 가다가 한 번 카트를 써보니 미친 신세계다. 왜 바퀴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하는지 진짜 이해가 간다. 진짜 편하다.

월세

분명히 다음달과 그 다음달의 절반은 월세를 안내는 프로모션 기간인데도 월세를 내라고 고지서가 날라왔다.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즉시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서 다시 바로잡는다. 월세가 너무 비싸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내가 입주를 한 이후로 아파트 월세가 더 오른 것 같다. 한국과 같은 수준의 아파트는 이곳에 없다.

용돈 타 쓰는 남편 만화

요즘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일본 만화인데, 만화가인 남편이 한 달에 2만 1천엔의 용돈으로 살아가는 내용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21만원 정도 되는 돈으로 살까 생각을 했는데, 정말 절제를 미친듯이 하면 가능하구나 싶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한 달 전체를 극한의 절약으로 살아가며, 대신에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약간의 사치 (그것도 정말 많아야 5만원)와 자유 시간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의 반응은 저렇게까지 아낄 필요가 있나 하는 반응인데, 한정된 벌이를 가지고 있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자기가 행복하고 버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니. 작가가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가의 아내는 한 달 용돈이 7천엔이라고 한다. 이곳의 물가나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나도 자녀를 갖고, 모기지를 하게 되면 지금같은 생활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인공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치를 없애고,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모로 찾는 생활 패턴이 나에게도 올 것 같다. 물론 돈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 수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SSN 인터뷰

기다리고 기다리던 SSN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예약 시간이 오전 11시라 10시 30분까지 도착했다. 입구에 사람 한 명만 서있어서 그냥 뒤에 나도 서 있었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경비로 보이는 직원이 나와 내 이름을 물어보고 리스트에 있는지 확인한 후 기다리라고 했다. 내 앞에 미리 예약된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대기는 밖에서 한다. 의자도 뭣도 아무것도 없다. 그냥 땡볕에 서 있어야 한다. 한국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한국이었다면 그래도 그늘막이나 의자라도 다 차려줬겠지. 여기는 그런 건 절대 없다. 그냥 존나 서 있어야 한다. 부를 때까지.

Mountain View SSA는 전화를 존나 안받기로 유명한가보다. 내 뒤에 온 사람들 모두 존나 전화를 안받아서 예약하기가 어려웠다고 불평들을 했다. 결국 예약을 못해서 어떻게 오프라인에서 비벼보려고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 어림없이 컷 당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다들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된다고 불평했지만 돌아오는 응답이 시발 ‘Try again and again. Don’t give up!’이니 참 얼탱이가 없다.

밖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직원이 없다. 2명 정도만 있었다. 인터뷰 자체만으로도 15분 정도가 걸리고 비자 타입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30분도 넘게 걸린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뭐가 잘 안됐는지 개썩은 표정으로 나가다가 뒤를 보고 뭐라 하고 다시 나갔는데 영어는 아니었지만 걍 욕같아 보였다.

나는 다행히 쉽게 잘 처리되었다. 뭐 SSN이 또 제대로 배송이 안되고 어디를 떠돌지는 또 모르는 이야기지만 당장 오늘 잘 처리되었다. 애초에 오늘 제대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하고 가니까 정말 기쁘다. 이 동네에서는 무소유가 아니라 무기대를 해야 할 것 같다. 기대를 안하니 실망도 덜하고 빡침도 덜하고 잘 되었을 때 기쁨은 더 하더라.

와인

오랜만에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아서 와인을 하나 사가지고 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이런 요리들을 초벌 형식으로 해서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주소를 받았다. 여기는 한식이 너무 비싸다. 아마존에서 짜파게티 4봉지를 11달러에 팔아제낀다. 세금을 포함하면 거의 13달러인 것 같다. 다행히 Hmart에서 세일 행사로 16개를 24달러인가에 팔아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간만에 너무 행복한 저녁을 먹으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니 참 행복했다. 이야기를 하다 동물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곳은 무슨 어린이집 만야 동물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등록을 해야한다고 한다. 근데 자리가 다 차면 등록이 안된단다. 우리나라처럼 그냥 가서 진료받고 이런거 자체가 걍 안된다. 등록 TO가 있는 곳을 찾거나 걍 병원에 못가는 것이다. 동물만 그런게 아니라 일반 의료 시스템도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돈이 개많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다음 주에는 아파트 입주도 마무리되고 우리 집에 초대를 해서 다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다음 주엔 지금보다 더 생활이 안정적이길.

이누공

이말년 유튜브 컨텐츠 중 하나인 침펄풍의 카톡 고백 월드컵에서 이누공이 결승까지 올라갔다. 내가 대학원 때 만들었으니 이제 거의 6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이게 유행하다니 정말 감격스럽다. 그것도 침착맨 유튜브에 등장하다니 내 인생 최고 업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엉덩국 만화에서 잠깐 드립으로 나왔을 때도 행복했는데, 이번 편에서 아주 극찬을 받아서 말로 할 수 없을만큼 행복하다. 그래서 오늘은 홍콩반점을 시켜먹었다.

VPN

북미에서도 바로 한국 롤에 접속할 수 있다. 한국 클라이언트를 다운받고 실행하니 그냥 잘 된다. 대신 핑이 150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덕분에 게임이 버벅이는데 100까지만 떨어져도 참 좋을텐데 너무 아쉽다. 미국 서버는 핑이 60정도 나와서 원활하게 할만하다.

입주

토요일이 되어 소파가 도착했다. Wayfair 에서 주문한 건 취소하고 Amazon 에서 주문했는데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무게도 옮길 수 있을만큼 가볍고 설치도 매우 쉬웠다. Delivery service 를 신청해서 집 안까지 가져와주고 설치 일부를 도와주고 박스까지 가져가줬다. 아마존이 확실히 편한 것 같다. Wayfair 는 단순 중개업체라 Handy 라는 업체를 통해 따로 Installment 예약을 해야하는데 Amazon prime 은 직접 배송까지 담당한다.

여튼 소파를 설치하고, 식탁을 주방 앞으로 옮기고 책상을 창가로 옮기고 러그를 설치하니 이제 좀 사람사는 집 같은 모양이 나온다. 매트리스만 온다면 이제 정말 사람사는 집이 될 것 같다. 다음주 화요일이니 딱 하루만 침대없이 자면 될 것 같다.

새로운 집에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다. 기본적인 생활 용품이 하나도 없다보니 모두 사야한다. 가위 / 조리 도구 / 청소기 / 샤워 커튼과 고리 등등 잡다하게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다.

한인마트

여기에는 Hankook supermarket 이라는 곳이 있다. 매장이 정말크고 왠만한 한국 식료품 / 물건을 구할 수 있다. 점심 전에 갔는데 정말 엄청나게 붐빈다. 차를 무조건 가지고 가야하는데 난 아직 면허가 없어서 우버를 타고 갔다. 가방을 못 가져간다고 해서 카운터에 맡기고 갔다. 햇반 / 야채 / 고기 / 라면 / 고추장, 쌈장 등등을 한가득 샀는데 확실히 비싸다. 햇반 하나가 3~4달러가 되니 무조건 밥을 해먹어야겠다.

화재 경보

저녁에 고기를 구웠다. 그런데 연기가 미친듯이 나서 방 안이 연기로 가득찼다. 갑자기 화재 경보가 겁나게 크게 울리는 바람에 급하게 불을 끄고 창문을 전부 열고 문도 열고 별 짓을 다 했다. 한 10분이 지나서야 화재 경보는 꺼졌는데, 혹시 소방차가 오면 어쩌나 미친듯이 쫄렸다. 다행히 사람들이 뛰쳐나오거나 하진 않았다. 진짜 개쫄렸다.

체크아웃

내일이 호텔 체크 아웃 날이다. 옆 방 방음은 좀 안되지만, 나름 편하게 생활했고 오피스랑 가까워서 좋았는데 아쉽다. 그래도 새로운 집도 한 달 정도 지내면 적응될테니 큰 걱정은 없다. 벌써 도착한지 30일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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