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뭘했나 돌아보면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냥 잉여인간으로 살았던 상반기였다.
업무적으로는 그렇다할 성과도 발전도 없었다. 일 자체도 그냥 재미가 없었고 그날 그날을 그냥 버텨내는 것처럼 살았다.
재택 근무 효율은 최하점을 찍었고, 평가 결과도 놀랄 것이 없었다.
식습관은 바뀌지 않았고, 귀향 이후 나빠진 생활습관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저녁마다 롤을 하거나 가끔 나가서 술을 마시거나 했는데, 거의 대학생/대학원 때 살던 것과 같았다.
상반기는 정말 기억에 남는게 없다.
왜 그랬나 생각해보면 그 당시 상황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도 있고 벌이도 충분했었다.
그래서 굳이 뭔가 힘든 도전이나 공부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단조롭지만 일상적으로 매우 평화로웠다.
하지만 언젠가는 끝날 이 상황에 막연하게 불안은 했다. 그게 다였다.
당장은 남들에 비해도 괜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하반기는 입사 때부터 같이 일한 매니저가 퇴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언제까지나 여기에서 그냥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트랜스퍼를 생각하는 반면에 이직도 생각했다. 이직은 덜 부담스럽고 쉬운 길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처우를 해주는 곳은 없었다.
이직 인터뷰를 여럿 진행하면서 커리어를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필요를 느꼈다. 나는 경력이 적고, 가진 능력에 비해 많은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뻔 했다.
충동적으로 트랜스퍼를 결정했다. 충동적이지 않았으면 평생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트랜스퍼를 하는 과정 자체도 매우 힘들었다. 이 일에 신경쓴다고 한 달은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트랜스퍼를 와서도 할 일은 많았다. 일단 말이 잘 안통하는게 불편하고 기본적으로 한국에 비해 오프라인으로 처리해야하는 것들이 많다. 아파트 / SSN / 운전면허 / 자동차 구매 / 살림살이 구매 등등 자잘하게 할 일이 많았다.
나름 2달을 지내고 여기에서 사는 것에는 적당히 적응했다. 여기에서도 원한다면 한국어만 쓰면서 한국식으로 살 수도 있다. 그렇게는 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랜스퍼를 하지 않았다면 하반기도 상반기와 같았을 것이라고 본다. 2022년의 고민은 더욱 컸을 것이다.
2021년은 트랜스퍼를 제외하고는 한 일이 없다. 2022년은 발전적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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