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서류는 수요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 업로드 되었다. 목요일에 출력을 시작했는데, 무난히 레터지에 잘 출력이 되는가 싶더니 페이지 넘버 부분이 잘리는게 아닌가. 기겁해서 프린트 설정을 ‘인쇄 가능 영역에 맞춤’으로 두고 다시 출력을 시작했다.
나는 정말 많은 서류를 준비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능한 모든 서류를 준비했다.
L1-B 비자인 내 경우에는 저 많은 서류들 중에서 훑어본 서류는 거의 없었다. 필수적으로 보는 DS-160 / I-129S / I-797 같은 서류들을 본듯.
여튼 비자 인터뷰 하루 전이 되어서야 서류가 다 완성이 되었고, 투명 클리어 파일 케이스에 담았는데 클립으로 분리하니 볼륨이 너무 커서 케이스가 벌어질 정도였다.
포시즌스 호텔은 미대사관과 정말 가까운 거리에 있다. 도보로 5~8분 정도면 미 대사관에 갈 수 있다. 가격은 매우 비싸서 지금껏 모은 포인트를 전부 써서 결제했다. 시설은 정말 좋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모든 호텔에 비할바가 안될 정도로 정말 좋다. 가능하다면 매일매일 여기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약한 곳은 디럭스 킹이었던 것 같은데 일단 방이 매우 크다. 10평은 족히 될 것 같은 사이즈로, 옷장만 해도 그 넓이가 싱글 침대보다 더 큰 정도다. 사무용 공간과 중형 소파가 갖춰져있고, 아주 긴 수직 창문이 3개가 있는데 자동으로 움직이는 블라인드로 내리고 올릴 수가 있다. 무엇보다 침대와 배게가 너무 포근해서 다음 날에 뒷목이 아프다던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여튼 정말 좋았다. 여기서 전날 잠을 잘 때까지만 해도 참 행복했다.
먼저 인터뷰를 본 회사 사람 말로는 일찍 간다고 8시 30분에 갔는데도 줄이 너무 길어서 10시가 되어서야 면접을 봤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8시에 가서 줄을 서기로 했다. 미 대사관 앞에는 경찰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의경이 있는 건지 직원들인지 잘 모르겠다. 여튼 비자 인터뷰 출입구는 직원 출입구가 아니라 코너를 돌아서 쭉 가다보면 있다. 아마 그 근처에는 항상 경찰이 있을테니 그냥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 같다.
1층에서는 간단히 여권을 체크하고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들어가자마자 MD에서 핸드폰을 맡긴 후에 소지품을 빠르게 검사하고 2층으로 가면 된다. 2층으로 간 후부터는 Check-In 데스크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8시에 가도 사람들은 많다. 이미 두 줄이 꽉 차 있었다. 내 차례도 10시가 거의 되어서야 돌아왔다. 차라리 10시에 가는게 더 나을 정도다. 내가 면접을 볼 때 내 뒤에 있었던 사람들의 수가 내가 8시에 줄을 처음 섰을 때 내 앞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적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그 옆에 바로 은행 창구 같은 곳이 있고 교도소 플라스틱 면회 벽 같은 곳 너머에 면접관이 있다. 면접관은 영어/한국어 모두 다 가능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해도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물론 한국어는 영어만큼 유창하진 않아보였다.
근데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잘 들린다. 엿듣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다 들린다. 비자 인터뷰 질문은 진짜 별 질문을 다 물어본다. 연봉부터 시작해서 가족 관계 및 여행 목적이나 현재 직장 등 거의 모든 프라이버시를 말한다. 어찌보면 정말 수치플이 아닐 수 없다. 뒷 사람들이 전부 다 듣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비자 인터뷰 통과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걸 봤다. 질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아보이진 않았다. 듣기로 L1-B 비자는 그렇게 인터뷰 질문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가려는 회사가 그렇게 유명한 회사가 아니라면, 면접관에게 잘 설명할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인터뷰를 어쨌든 나도 옆에서 들으면서 참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유를 가지고 미국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비자 인터뷰를 가서 나처럼 줄을 길게 서본다면 공감할 수 있을 내용일 것이다.
나는 당연히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면접을 끝낸 회사 사람들 말에 따르면 정말 인터뷰는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했다. 앞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예상했던 것처럼 질문들이 나왔다. 빠르게 질문이 끝나고 지문을 찍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뭔 여권이랑 I-129는 안주고 뭔 초록색 종이를 주는게 아닌가. 이게 뭐요 했더니 동그라미를 쳐주면서 여기에서 뭔 메일이 갈거니까 응답을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비자가 거절되었냐고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란다. 멘탈이 깨진다.
호텔 체크아웃을 안했기 때문에 호텔로 돌아간다. 종이에 동그라미가 쳐진 것은 메일 주소인데 그 칸은 지문인식에 관한 것이다. 문득 어제 창문에 붙인 태풍 방지 테이프를 뗀다고 손을 겁나 긁은 것이 생각난다. 시발 그건가 싶다. 이런 복선으로 비자가 연기될 수 있단 말인가.
지문인식을 위한 메일을 거기에서 시키는대로 보내고 최대한 빠르게 다음 일정을 잡아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하필 다음 주 월요일은 대체공휴일이다. 존나 짜증이난다. 지금 미국 짐은 하나도 못 쌌는데 비자부터 개난리를 치고 있다니. 다음 주 일요일이 출국인데 가능이나 한 일일까.
메일이 왔다. DS-5535를 달라는 것이다. 15년간의 거의 나의 모든 기록을 다 떼려넣는 것인데 이게 무슨 지문 인식이랑 관련이 있는거지. 일단은 시키는 것이니 체크 아웃전에 겨우겨우 다 채워넣었다. 다행히 랩탑을 가지고 왔고, 카카오 간편 인증이 있어서 다행히 출입국 기록을 얻어냈다.
왜 근데 이게 왔을까 생각해보니 지문 문제는 아니다. 찾아보니 그린카드에서는 문제되는 항목에 체크 표시를 한다. 여기에는 아무 체크가 없는 것으로 봐서 문제는 없고 동그라미를 친 메일 주소는 거기에서 메일이 온다는 말인 것이다.
DS-5535가 처리되는 날짜는 모두 제각각이다. 일주일만에 온 사람도 있고 두 달이 걸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단 매니저와 TL, 리크루터,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통지했다. 정말 미국 가기 더럽게 힘들다. 순탄한 일이 하나도 없다. 설사 미국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준비가 하나도 안된 상황에서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정말 빡세다.
내년도 Compensation Cut off에 맞춰 들어가지 못하면 연봉협상에서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그 손해액은 6~8천 정도인데, 20년을 더 일한다고 치면 매년 연봉 협상마다 그 금액이 누적될테니 12억~16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남에겐 단순한 일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빡치고 힘들까.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런데 계획대로 안될 때 멘탈을 유지하는게 가능할까. 계획대로 안되더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노력을 할까? 계획대로 안되더라도 목표는 이루겠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스트레스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비자 수령 장소는 택배사 본사로 지정했다. 가능한 최후까지 미뤄둔 셈이다. 항공권도 최후까지 생각한다면 월요일 출발 까지는 가능하다. 월요일이 지나서 출발한다면 그때는 그냥 포기해야지. 내 복이 아닌 것이다. 에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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