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과정까지 너무 험난한 일들이 많았다.
1. Relocation 지역을 리크루터가 혼동하여 수정에 시간이 걸렸다.
2. 인터뷰를 앞두고 확진자와 밀집 접촉하여 2주 격리 조치 통보를 받았다. 다행히도 최근 지침이 개정되어,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해당하여 자가 격리에서 면제되었다. 아내는 격리되어 혼자만 인터뷰를 보러가게 되었다.
3. 미국 쪽의 변호사에서 서류를 일부 실수하여 수정에 시간이 걸렸다. 서류는 인터뷰 이틀 전에 완성되었고, 우편으로 받지 못해 직접 프린트를 해야했다.
4. 인터뷰 당일 초록 레터를 받고 추가 서류 DS-5535를 요청받았다. 대사관에서 여권과 I-129S를 돌려주지 않았다. 대체공휴일로 인해 처리가 더욱 늦어졌다.
5.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비자가 택배사에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다. 또 대체공휴일로 인해 화요일에나 여권과 비자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를 화요일로 변경했다.
6. 일요일 저녁. 인천공항 코로나 검사에 여권이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FAQ란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왜 예약때 알려주지 않는건가. 월요일은 대체공휴일이다. 공휴일에 영업하고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는 병원에 아침부터 달려가서 여권 사본을 보여주고 항원 검사를 받았다.
7. 출국 당일. 택배사에 가보니 여권과 비자만 있고, I-129S가 없다. 절망적이다. 대사관에 메일을 보내서 살려달라고 하고, 콜센터에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콜센터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모두 포기하고 체크아웃을 준비할 때 쯤 대사관에서 연락이 와서 택시를 타고 급히 달려갔다. 어떻게 I-129S를 확보해서 스캔하고 복사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8. 무사히 출국하여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과정에서 실수와 오류가 있었다. 저기에서 하나의 오류가 더 발생했었더라면 제 시간에 넘어가지 못했고, 일이 완전히 꼬여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주변 사람들이 내 멘탈을 챙겨줬다.
아내는 월요일까지 나와 함께 있다가 돌아갔다. 인천 공항에서 여권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멘탈이 나갔을 때 아내가 병원을 찾아줬다. 결과적으로 멀리 이동하지 않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종로연세이비인후과에 감사드린다.
아내가 떠난 이후에는 친구가 나를 케어해줬다. 고향에서 차를 끌고 올라온 친구는 인천 공항 출국장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I-129S가 없어서 그냥 체념하려고 할 때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보자고도 이야기해주고 끝까지 도와주려고 했다.
현지에 있는 리크루터도 상황을 접한 후에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대학 동기들도 출국 전날에 나를 보러 많이 와줬다. 시간은 정말 빠듯했지만 그래도 가기전에 얼굴을 보고 가서 정말 좋았다. 이렇게 환송을 해주니 정말 떠난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외로워졌다. 군대에 끌려가는 느낌 같기도 하고. 죽으러 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혼자서 출국장으로 들어오니 정말 외롭다. 여기부터는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죽음이나 군대보다는 훨씬 낫다. 현지에 도착하면 먼저간 형이 픽업을 나와주기로 했다. 같은 팀으로 갔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그런 생각은 않기로 했다.
이번에 나를 도와준 사람들.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은 모두 내가 대학을 입학한 후에 만난 사람들이다. 대학을 처음 입학할 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빈 가방 하나만을 챙겨서 학교에 입학했다. 거기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지막에 나를 챙겨준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새로운 장소에서도 잘 살아야지. 그렇다면 새롭게 만나는 낯선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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