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접촉일로부터 이미 일주일이 넘게 흘렀기 때문에 음성일 것 같다. 하지만 격리 기간과 비자 인터뷰 날짜가 겹쳐 아내는 나와 함께 인터뷰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백신 접종이 미뤄지지 않았더라면 아내도 접종 완료자 인센티브로 격리에서 면제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아내는 어차피 늦게 미국으로 올 예정이라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내가 격리되는 경우엔 완전히 다르다. 이 다음으로 가장 빠른 비자 인터뷰는 10월 말로 출국이 한 달이나 미뤄지게 된다. 시기를 놓치게 되면 내년도 연봉 협상에서 수천 만 원의 손해를 본다고 한다. 그 손해는 그 다음 연봉 협상 때에도 계속 누적될테니 정말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나는 격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내만 비자 인터뷰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같이 접수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고, 아내는 당일에 No show를 한 후 다른 날로 바꿀 수 있다고 들었다. 추가 요금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상담원이 그렇게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자 인터뷰까지 남은 시간이 72시간도 안된다. 미국에서 출발한 서류가 우리 집까지는 절대 도착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밤에 모의 면접을 볼 예정인데, 30일에 숙박할 호텔로 보내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다. 그나마 서울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수단을 쓴다면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
안될 경우에 서류를 뽑아갈 수단으로 프린터를 준비했다. 그런데 또 이 망할 페이퍼가 A4 사이즈가 아닌 레터지 (216 x 279) 사이즈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참 쉬운 일이 없다. 애초에 이런 딜레이가 없을 것을 우리 쪽 변호사가 내가 석사 수료가 아닌 석사 취득으로 문서를 잘못기재하여 발생했다. 아무리 싫었어도 석사를 딸 걸 그랬나 싶다.
한국에서 가져가지 않는 물건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처분하고 남은 물건들은 당근마켓을 통해서 처분하고 있는데, 이것도 정말 힘든 일이다. 안보는 책들을 골라내려고 하니 기술 서적은 미국에서 택배를 보낼까 고민이 된다. 고민이 필요없는 책들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팔아버렸다.
안 그래도 가기 싫은데 난이도까지 높으니 참 힘들다. 2주 동안 마음 정리도 좀 하고, 편안하게 떠나고 싶었는데 하나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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