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여행 계획은 출산 직후에 여권 신청을 하고 여권이 나오고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대로 한국에 가서 남은 육아휴직을 모두 쓰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한국에 가서 아기 출생 신고도 하고 건강검진도 받고 가족도 보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권 일정은 USPS 예약을 포함해 3달은 필요했고, 서울의 대형병원들의 개인 건강검진은 11월까지 모든 예약이 차 있었다. 무엇보다 아내가 현지에 적응을 잘 해내면서 그렇게 한국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두 달이나 집을 비우면서 한국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출생 6개월 전까지는 백신 완전 접종 상태가 아니라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나는 한국에 놀러가고 싶었기 때문에, 교대로 아이를 보는 조건으로 서울 여행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다행히도 요즘은 아이가 거의 통잠을 자기 시작하고, 딱히 아픈곳도 없어서 혼자 돌볼 만은 했다.
여행 시기를 당기게 된 것은 새로운 팀을 빨리 찾고 조금이라도 빠르게 육아휴직에서 돌아오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육아휴직을 시작할 때부터 있었다.
서울 여행에는 기대감이 많았다. 매일 주택가에서 낮은 건물들만 지루하게 보다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가능한 최고층의 뷰를 가진 숙소에서 도심이나 한강을 내려다보며 지내고 싶었다. 배달 음식도 그리웠고,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들도 기대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로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모두 보고 싶었다. 아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힘든 시기에 나를 챙겨줬던 사람들은 모두 보고 싶었다. 일정을 잡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로스쿨이나 의전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사 일정이 있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시험 일정이 변경되어 그럴 때마다 다른 모임에 연락을 해서 일정을 바꿔야했다. 그래도 다행히 내가 친한 사람들은 다 성격이 좋아서 잘 맞춰줬다.
지난주에 없어졌지만 2주 전만해도 한국은 입국 전 PCR 검사를 요구했다. 이 망할 검사 때문에 Rapid PCR에 250불을 썼다. 여정이 1주일만 미뤄졌어도 좋았을텐데.
비행기는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편의 좋은 점은 한국 아침 식사 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첫 식사를 준다는 점이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경에 식사가 서빙되는데,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딱 첫 끼로 이걸 먹으면 시차 적응을 한 번에 해낼 수 있다.
코로나 이후로 블라인드에서 대한항공 관련 서비스 불만 내용이 돌아 걱정했는데, 아주 괜찮았다. 식사도 코스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40분을 먹은 것 같은데 와인도 계속 갖다줘서 매끼마다 4잔씩은 먹었다. 비즈니스 좌석은 프리미엄 고속버스 좌석보다는 불편하지만 나는 몸집이 크니 이코노미에서 고생하는 것보단 나았다. 한국에 있을 때 대한항공 카드를 신청해서 모았던 마일리지가 아주 잘 쓰였다. 11월부터 다시 재개되는 퍼스트가 편도 8만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아마 이때 그냥 이코노미를 탔을텐데.
입국장은 정말 혼잡했다. 입국 전 PCR 검사 결과 때문이다. 이 긴 라인에서 코로나가 걸리는게 훨씬 쉬워보인다. 입국 이후에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했다. 미국은 면봉을 그냥 안에서 돌리기만 했는데, 한국에서 뼈까지 찌른다는 걸 깜빡 잊었다.
호텔로 가려고 택시를 부르는데 안온다. 나중에 알았지만 코로나 이후로 택시기사 중 상당수는 배달 시장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인 택시 서비스는 개최악이었다. 모범이든 일반이든 가리지 않고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최악이었다. 벤티나 블랙은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작년에 넘어올 때 환율이 1170원이었는데, 오늘의 환율은 1370원이 되었다. 한국에서 환전을 했을 때는 1336원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행복했다. 한국에서 돈 쓰러 오는 사람들은 행복하지만, 국민들의 삶이나 유학생들의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어진다. 8월 무역수지 적자가 10조라고 하는데 환율의 영향 때문일까.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건 단연 호텔이다. 올해 신청한 아맥스 카드로 FHR 가맹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는데, 매 예약 건마다 100불 바우처, 얼리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 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크 하얏트 호텔은 이 부분에서 아주 불만족스러웠는데, 일단 룸 업그레이드는 그냥 안해준다고 볼 수 있겠다. 업그레이드 가능한 룸들이 있는데도 고작 추가금 2만 2천원을 받자고 서비스를 망치다니 FHR 리스트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 돈을 주고 업그레이드 시킨 도심 뷰는 좋았다.
시그니엘은 너무 고층이라 비행기에서 보는 뷰와 같아서 그저 그랬고 다음 날 60만원짜리 3인 식사의 식전 빵에서 꼬불털이 나왔다.
선릉 L7은 옆 방에서 담배를 피는지 객실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에서 하자가 하나씩 있으니 돈을 쓰고도 짜증이났다.
요즘 구인난인지 방문하는 식당마다 서버가 적어서 전반적인 서비스 형편없었다. 어떤 식당은 가격이 비싼데도 사장님 혼자 요리와 서빙을 전부 다 해서 말도 안되게 서비스가 느렸다. 구워주는 양갈비집이었는데, 그냥 우리가 구워먹었다.
강남역의 창고43도 볶음밥 하나를 먹는데 4번이나 벨을 눌렀다. 맥주와 사이다는 30분 후에 왔다. 가격에 비해 서비스는 분식집만도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던 식당들은 모두 종업원이 손님 수에 비해 부족했고, 주문 누락이 빈번했다.
도착과 출발은 모두 흐리고 비가왔다. 하지만 여행 중간에는 날씨가 참 맑아서 좋았다. 서울은 빌딩에 싸여있어 좋은 날씨가 있어도 하늘을 보기 쉽지 않다. 빌딩이 있으니 이런게 좋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런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모두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간혹 마스크를 안쓰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정말 소수다. 이렇게 마스크를 열심히 쓰는만큼 조금만 아파도 바로 검사소로 향하기 때문에 한국이 지금 확진자 수 1등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는 그냥 포기했나 싶을 정도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병원 예약을 제외하고 코로나 검사가 필요한 곳도 딱히 없다. 뭐가 옳은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긴 너무 불편하다. 실내건 실외건.
여러 불만족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자주 안보면 점차 멀어지고 어느 순간이 지나버리면 친했던 사이도 어색해지고 다시 연락하기도 망설여진다. 그래서 멀리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날 수 있으면 만나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만나서 대단한 이야길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도움을 줄 것도 아니지만 그런 이해관계들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 같다. 목적이 있는 만남은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일과 같아서 마음을 지치게 한다.
가족은 해외에 있고 나는 홀로 서울에 있으니 서울이 정말 타지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자취했던 방에서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묵었지만 완전히 이곳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어떤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고, 오히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 마음이 편안해졌다.
큰 태풍이 온다고 해서 출국 일정을 한 주 앞당겼다. 약속도 다 취소될 것 같고, 아무도 없는 숙소에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태풍이 빨리 상륙해서 비행기가 안뜨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출국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을 모으는게 쉽지 않다. 결혼한 사람들은 더욱 보기 힘들고 본다고 해도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아서 그냥 시계만 보게된다. 다음에 여행을 온다면 제주도에 한 두 달 전원주택을 크게 빌려서 아예 가족단위로 초대를 해서 놀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홈파티는 준비할게 많고 신경 쓸것도 많지만 오히려 만나면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다. 부디 지금의 경제위기가 쉽게 지나가고 나는 내년에도 잘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제주도에서 놀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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