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Feb. 13. 2019. ‘쌓인 일기’

한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그 안에 많은 일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 결혼 후 첫 친척 모임에서 갓 결혼한 신랑이 건강때문에 술을 못 먹겠다 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그걸 제외하면 따로 술을 마신 적은 없다. 이번 연휴는 길게 10일 정도 보내고 올라왔는데, 주로 친구들과 롤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경찰은 인사발령 직후라 적응한다고 대게들 정신이 없다. 그래도 예전엔 모임에 술이 빠진 적이 없었는데, 막상 술이 없어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항상 나와 술을 마시던 친구랑 만나서는 인형 뽑기, 실내 낚시터, VR 게임장을 갔는데 술을 마시지 않아도 유쾌하게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술이 없으면 모임을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해야한다. 술은 사실 그런 노력을 줄여주는 도구와 같다. 별 거 없이도 긴장을 풀어주고, 실 없는 농담에도 사람을 웃게 만든다. 이제는 술에 의존하지말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주거래은행에서 전세 대출 한도를 상담받았다. 확실히 이전 상담보다 좋았는데, 근무 개월수가 6개월이 지나서 신용대출을 포함하면 전세값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자 비용이 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전세 기간엔 이사할 수 없다는 점인데, 다른 국가로 옮기기에 제약이 생겨버린다. 물론 승진할 만큼의 실력을 키우고 옮기는게 맞아보인다. 모은 돈도 없고, 정말 빨라야 1년이고 2년 정도가 걸릴테니 기간은 큰 문제가 안되겠다.

최근에 롤 중독에 빠져서 친구들을 끌어들여 게임을 하는 지경이 되었는데, 서울에 올라오고나선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기는 은근히 쓰는데 시간이 들지만, 하루하루 빼먹다보면 이렇게 큰 날짜 갭이 생기고 있었던 일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게임이 쓰는 시간을 일기에 쓰는게 더 생산적이다.

투자에 대해 여기저기서 이야길 듣는데, 지금 상황에서 투자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내 수입은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준에 딱 알맞는 수준이고 대출로 투자를 할 생각은 없다. 투자금이 있다고 해도 국내투자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의 경제 전망이 너무 어둡다. 1월의 취업자 수가 1만 9천명이 증가해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일자리는 많다고 하지만 좋은 일자리 취업은 정말 정말 어렵고 승자가 승리하기 쉬운 구조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자리에 젊은이들이 갈 수 없는 것은 최소한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미래는 결혼을 해서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자녀를 낳아서 성장시킨 후에 맞이하는 조용한 노년과 크게 멀지않다. 그런 미래가 승자에게 허용되는 전리품이라면 누가 지금 사회를 문명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근에 사람들과 좀 어울리고 싶어서 회사 내외부적인 활동에 많이 지원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조금씩 피로를 느낀다. 물론 관계를 맺은 사람과는 잘 알고 지낸다. 대학 입학 후에 만난 친구는 평생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 아직까진 그렇게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서른이 되고 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회사사람들을 만나는게 편하고, 낯선 사람을 밖에서 만나면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금요일엔 대장내시경을 받는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서 3일 전부터 식단 조절을 해야하고 끔찍한 뭔가를 마시고 촬영한단다. 그래도 나는 어떤 끔찍한 맛이라도 괜찮으니 몸에 문제만 없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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